경제·금융

개방속에서 살아남는 농업/이영래 농림부차관보(서경논단)

60년대만해도 「보릿고개」를 걱정하고 한톨이라도 식량원조를 더 얻으려고 애쓰던 시절이었다. 식량문제가 워낙 중요하니까 쌀을 비롯한 식량의 수출입을 국가가 통제하다시피 했고 농업생산이 국민총생산(GNP)의 50%이상을 차지했다. 그런 우리나라가 이제는 소위 부자들의 모임이라고 일컬어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회원국이 됐다.지난 세월 우리가 많은 피와 땀을 흘린 결과 사회 곳곳에서 눈부신 발전을 이룩했다. 그러나 이런 발전의 열매가 사회의 모든 분야에 골고루 나누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어떤 분야는 엄청난 발전이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야도 있다. ○농민절반 50대 이상 도시화와 더불어 농촌인구는 해마다 크게 줄어들고 있으며 농민의 절반이상이 50대이상으로 구성돼 있으니 노동력의 질도 점점 저하되고 있다. 더구나 90년대 들어서면서 UR와 함께 불어닥친 국제화·개방화의 물결로 농업은 또다른 시련에 직면했다. 시장개방의 충격을 줄이기 위해 상당한 보호장치를 마련했으나 농민들의 불안감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정부는 나름대로 생명산업인 농업의 중요성을 인식, 어려운 재정여건속에서도 많은 예산을 농어촌구조개선에 투입해서 역대 그 어느 정부보다 더 농업의 부흥을 위해 노력해왔다. 이러한 정부의 노력과 농민들 스스로의 노력에 힘입어 농민들도 차츰 자신감을 회복해 가고 있으며 희망을 되찾아 가고 있다. 지난 1일부터 쌀과 쇠고기 일부를 제외한 돼지고기, 닭고기, 오렌지 등 37개 품목이 수입개방됐다. 사실 이번 개방은 이미 오래전부터 예정된 일이었고 미리미리 대비를 해 왔지만 그래도 막상 닥치니 파장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품목 경쟁력 유지 닭고기와 돼지고기는 삼겹살, 닭다리 같은 특정부위가 조금씩 수입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우리도 어느 정도 경쟁력이 있다고 자부하고 있으며 오렌지는 다소 수입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번 바나나가 개방될 때와 마찬가지로 개방초기에 수입이 집중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데 개방 일주일만에 5천톤 가까이 수입되었고 현재 추세로 볼 때 지난해 쿼터 물량의 2배정도인 4만톤내지 5만톤 정도가 수입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그러나 개방이 이미 예정되어 있고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라면 개방을 걱정하기 보다는 개방속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하는데 힘이 모아져야 한다. 그동안 감귤 농민들은 지나친 생산으로 가격이 하락하는 것을 막기 위해 농민들 스스로 적정생산량을 유지하기 위한 생산조정을 실시해 왔고 생산비 절감 노력 등으로 경쟁력을 높여 왔다. 또한 개방을 하면서 50%였던 관세를 84%로 올려 충격을 줄였다. 이처럼 농민들이 앞장서서 노력하고 또 정부가 도와 나간다면 개방을 극복해 나가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다. 바나나가 개방될 때 값싼 바나나를 들여오면 다른 국내 과실은 전부 망한다고 난리를 쳤으나 아직 우리 과실산업은 당당히 명맥을 유지하고 있지 않은가. 더구나 항상 수입을 막아보려는 방어적인 자세로만 있을 것이 아니라 우리 시장이 열리면 다른 나라의 시장도 열리므로 우리가 경쟁력이 앞서 있는 품목을 적극 발굴해서 수출시장을 개발해 나가는 공격적인 경영자세가 오히려 필요한 시점이다. 중요한 것은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해낼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지는 것이며 이것이야말로 무한경쟁시대를 이겨나가는 가장 값진 재산이다. ○「구조개선」 점차 효과 92년부터 농어촌구조개선대책이 실시된 이래 아직 미흡한 점은 있지만 여러 가지 가시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농업생산은 절대액이 감소해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다가 최근에는 플러스 성장으로 반전됐으며 지난해 농가소득은 호당 평균 2천3백만원으로 90년에 비해 2배이상 증가했다. 앞으로 무한경쟁시대를 맞이하여 우리농업도 기존의 모습을 과감히 떨쳐 버리고 발상을 전환하여 영농의 규모화와 아울러 경영과 기술이 뒷받침되는 경쟁력있는 선진농업으로 발전해 나가야 할 것이며 그것이 바로 개방속에서 살아남는 길이다. □약력 ▲53세 ▲대구생 ▲서울대 노대졸 ▲행시 8회 ▲농림부축산국장 ▲주미농무관 ▲농업정책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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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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