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은행, 거짓말 그리고 이자

돈말고 이자가 붙는 게 있다. 바로 변명과 거짓말이다. 거짓말은 하면 할수록 늘어나고 변명은 둘러대면 둘러댈수록 꼬이기 마련이다. 결국 변명과 거짓말은 불어난 이자에 못이겨 원금도 건지기 어려운 경우가 다반사다. 최근 잇따라 터지고 있는 현금카드위조사건과 폰뱅킹 해킹에 대한 은행들의 임시방편적인 대응을 보면 변명과 거짓말의 `이자율 원칙`에 가장 적합한 예가 아닌가하는 생각이다. 경찰은 지난 28일 국민은행 광주지점 고객인 진모씨의 예금 1억2,832만원이 폰뱅킹을 통해 불법적으로 인출됐다고 밝혔다. 국민은행측은 경찰의 발표와 동시에 “폰뱅킹에는 전혀 문제가 없으며 은행 내부관계자가 연루됐을 가능성도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같은 국민은행의 주장은 몇 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거짓으로 드러났다. 국민은행의 주장과는 달리 지난 2000년 보안카드를 도입하기 전에 폰뱅킹 이용고객의 경우에는 종전처럼 비밀번호만으로도 거래할 수 있도록 했던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간단한 도청만으로도 초기 폰뱅킹 이용고객들의 돈은 언제든지 불법예금인출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에 터진 농협의 현금카드위조사건도 무성의한 대응과 변명으로 사건을 키운 사례다. 농협측이 가장 먼저 사건을 파악한 것은 지난해 11월말. 그러나 농협은 고객들에게 사건 경위를 자세히 설명하지 않은 채 현금카드를 교체하라고만 했다. 당연히 위조의 위험성을 느끼지 못한 고객들의 참여율은 저조할 수밖에 없었다. 오히려 각 지역농협에서는 위조카드로 피해를 당한 고객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며 카드관리를 잘 하라며 질책까지 했다고 한다. 그 결과 첫 사건이 터진 지 한 달이 넘은 지난해 말까지 현금카드위조단의 범죄 행각은 계속될 수 밖에 없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짓말은 인간의 정으로 덮어둘 수도 있다. 그러나 금융회사와 고객사이의 거짓말은 `신용`이라는 현대의 새로운 자산을 깎아먹는 범죄행위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속담에 `호미로 막을 것을 가래로도 못막는다`는 말이 있다. 은행이나 농협 등 금융회사들이 진즉 사고의 위험성을 알리고 고객들에게도 금융보안에 신중할 것을 당부했다면 이 같은 파문이 확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금융회사들이 더 이상 불신이라는 고금리를 지불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조의준 기자(경제부) joyjune@sed.co.kr>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