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서울포럼2013 D-2] 안정지향적 사고 만연… 혁신·도전 없인 제2 도약 불가능

■ 지금 왜 기업가정신인가<br>불황·반기업 정서에 기업투자·청년창업 위축<br>창업→중기→대기업 성장 30년간 5곳도 안돼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는 이병철(왼쪽) 삼성 창업주와 집무실에서 경영진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정주영(오른쪽) 현대 창업주. '서울포럼 2013'은 우리나라의 대표적 1세대 창업가인 두 사람을 재조명하는 등 기업가정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논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사진제공=삼성·현대중공업

"창조경제 실현을 위해서는 젊은 인재에게 기업가정신을 가르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 공동창업자인 빌 게이츠 미국 테라파워 회장은 올해 4월 박근혜 대통령을 예방한 자리에서 산업의 역동성을 높이는 방안을 묻는 박 대통령에게 이같이 대답했다.


게이츠 회장은 또 창조경제에 대해 "기업가정신을 계발하고 창조성과 혁신이 함께 이뤄지기 위해서는 연구개발과 벤처캐피털을 장려하고 큰 프로젝트에 대한 정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이츠 회장의 지적처럼 최근 기업가정신이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과 창조경제 실현을 위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경영계는 물론 우리 사회 전반에서 과거에 비해 기업가정신이 퇴조하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지난 30년간 국내에서 창업해 중견기업을 거쳐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은 이랜드ㆍ팬택ㆍNHNㆍ웅진 등 한 손으로 꼽을 정도에 불과하다. 이미 대기업으로 성장한 기업들도 현금을 고스란히 쌓아놓은 채 대규모 투자에 나서기를 주저하고 있다.


대기업 분석 사이트 재벌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말 현재 국내 10대 그룹의 현금성 자산은 123조7,000억원으로 전년 대비 10% 증가하며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경기불황의 여파로 보수적 경영기조가 확산된데다 새로운 사업기회를 찾아 과감한 도전에 나서는 기업가정신이 퇴색한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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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층 역시 창업을 통해 새로운 도전에 나서기보다는 안정적인 취업을 선호하는 경향이 갈수록 확산되고 있다. 최근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 13∼29세 서울 청년층이 가장 선호하는 직장은 국가기관(26.0%)이었고 이어 대기업(19.0%), 공기업(17.0%)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높은 청년실업률에도 불구하고 30세 미만 청년창업이 전체 신규창업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에 불과하다. 기업인과 청년들 사이에서 도전과 혁신으로 대표되는 기업가정신이 과거에 비해 크게 약화된 것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한 관계자는 "우리 경제가 한단계 더 성장하려면 새로운 사업을 개척하고 도전하는 기업가정신이 필요한데 최근 리스크를 회피하려는 안정지향적인 사고가 만연하며 기업가정신이 위축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추진되는 경제민주화 입법 움직임과 사회적으로 확산되는 반기업정서도 기업가정신을 위축시키는 요인이다. 당장 6월 임시국회에서는 일감 몰아주기 처벌 강화, 순환출자 금지, 금융회사 대주주 적격성 심사 확대, 통상임금, 정리해고 요건 강화 등 기업활동을 옥죄는 법안들이 전방위적으로 논의될 예정이다. 아울러 이른바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대기업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선도 싸늘하기만 하다.

기업가정신이 퇴조하면 그 여파는 고스란히 경제 전반으로 확장된다.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 청년창업이 위축되면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 발굴이 어려워지고 기업투자 위축은 일자리 창출 및 경제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이에 '서울포럼 2013'은 우리 경제의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업가정신의 부활이 절실하다는 인식 아래 창업 1세대의 기업가정신을 되살리고 기업가정신을 현재의 경제환경에 맞게 재창조하는 방안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이를 위해 기업가정신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아툴 네르카르 미국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를 초빙해 기업가정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과 미래 기업가정신의 방향에 대한 조언을 들어본다. 또 사공일 세계경제연구원 이사장은 기업가정신을 토대로 한강의 기적을 이룬 한국 경제의 경험과 새로운 경제성장 방안을 제시한다.

이와 함께 강성욱 GE코리아 총괄사장, 오석근 현대차디자인센터 부사장, 박주봉 대주ㆍKC 회장, 김일호 오콘 대표, 김영민 SM엔터테인먼트 대표 등 기업인들이 전하는 성공 스토리와 경영전략도 기업가정신의 의미를 되새겨보는 데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이 밖에 중국 베이징대 광화관리학원 부원장이자 최고경영자 교육센터를 총괄하는 류쉬에 교수는 '중국의 경제성장과 기업가정신' 발표를 통해 우리 기업들이 배울 시사점을 제시할 예정이다.


이재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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