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재빠른 2등이 시장 지배한다

패스트 세컨드 (콘스탄티노스 마르키데스·폴 게로스키 지음, 리더스 북 펴냄)<br>창조적인 개척자여 승리를 장담하지 마라<br> 성공 위해서는'빨리'보다는 '적절한 시점'이 중요


재빠른 2등이 시장 지배한다 패스트 세컨드 (콘스탄티노스 마르키데스·폴 게로스키 지음, 리더스 북 펴냄)창조적인 개척자여 승리를 장담하지 마라 성공 위해서는'빨리'보다는 '적절한 시점'이 중요 홍병문 기자 hbm@sed.co.kr 돌발 퀴즈. 1990년대 온라인 서점 사업을 처음 시작한 사람은? 미국 오하이오주에서 컴퓨터 리터러시 북스토어(Computer Literacy Bookstore)라는 서점 체인을 운영하던 찰스 스택(Charles Stack)이 정답. 전략경영 전문가인 콘스탄티노스 마르키데스에 따르면 스택은 온라인 서점에 대한 인터넷 도메인을 처음 등록한 인물이다. 대부분의 사람이 떠올렸을 아마존(Amazon)의 창업자 제프 베조스는 정답이 아니다. 아쉬운 분들을 위해 보너스 퀴즈. 온라인 증권거래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는 누구에게서 나왔을까? 찰스 슈왑(Charles Schwab)이나 이트레이드(E*Trade)라고 답했다면 역시 오답. 미국 시카고에 있던 하우 반즈 인벤스트먼트(Howe Barnes Investments)라는 회사와 시큐리티APL(Security APL)이라는 두 증권회사가 1995년 합작해 만든 ‘넷 인베스터(Net Invester)’라는 기업이 세계 최초로 인터넷 주식거래 서비스를 시작한 회사다. 위 두가지 질문은 이 책의 핵심을 명확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시장을 창조한 사람이나 기업이 그 시장의 주역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전략경영 전문가들인 콘스탄티노스 마르키데스와 폴 게로스키는 새로운 시장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굳이 ‘창조적인 개척자’가 될 필요도, 시장의 선두에 나서 설쳐대는 선발주자가 될 필요도 없다고 주장한다. 개척자보다는 오히려 발 빠른 2등이 시장의 주역이 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이다. 컴퓨터 메인 프레임 시장에서 최초로 상업용 컴퓨터를 내놓았던 유니박은 오히려 후발 주자인 IBM에 시장을 고스란히 내주었다. 복사기 시장의 개척자였던 제록스는 일본의 캐논의 발빠른 이등 전략에 밀려 홈그라운드인 미국에서 지배적 위치를 내줘야만 했다. 일회용 기저귀 시장에서 P&G의 성공 스토리는 재빠른 2등 전략의 모범 답안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P&G가 1961년 팸퍼스(Pampers)를 내놓으며 일회용 기저귀 시장을 개척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일회용 기저귀를 맨 먼저 내놓은 곳은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의 계열사인 치커피 밀즈(Chicopee Mills)다. 치커피 밀즈 외에도 시어즈(Sears)와 몽고메리 워드(Montgomery Ward) 백화점이 P&G보다 한발 앞서 일회용 기저귀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모두 실패했다. 이유는 단순하다. 당시 이들의 일회용 기저귀 값은 세탁비보다 더 비쌌다. 안전핀으로 기저귀를 고정시켜야 했던 점도 불편했다. 반면 P&G는 제조원가를 기존 제품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고 사용법을 간편히 해 소비자의 구매를 자극했다. 66년 미국 일회용 기저귀 시장은 1,000만달러에서 73년에는 3억7,000만달러로 성장했는데 P&G는 엄청난 수요 덕택에 공급량을 맞추느라 애를 먹을 정도였다. 반면 존슨앤드존슨은 자체 브랜드를 철수시키고 OEM에 주력하다가 급기야 81년에는 일회용 기저귀 시장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저자들은 새 시장을 장악하기 위한 성공 요인은 빨리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적절한 시점에 움직이는 것이라고 말한다. 겉으로 보기엔 단순해보이지만 재빠른 2등 전략에는 시장의 개척자 못지않은 엄청난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시장이 형성되는 초기에는 엄청나게 많은 기업이 시장에 진입한다.…그러다가 지배적 디자인이 등장하고 어느 순간부터 통합과정이 시작된다.” 재빠른 2등이 성공하려면 바로 이 통합과정에서 승리자가 되어야 한다. 사실 이런 통합 과정의 명수는 대기업들이다. 기업 특성상 탄탄한 조직력을 갖춘 대기업이 창의력이 주무기인 신생 벤처 기업보다 이 재빠른 2등 전략에서 뛰어난 능력을 보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재빠른 2등 전략은 어떤 것들일까. 저자들은 ▦차별화된 제품 속성을 강조하거나 ▦경쟁 과정에서 선택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높이고 ▦소비자 위험을 줄여 신뢰를 확립하라고 말한다. ▦유통망을 구축해 신속하게 대응하고 ▦함께 소비할 수 있는 보완재 시장의 성장 속도를 높이는 것도 중요하다. 이 책은 성장의 돌파구로 신사업을 찾고 있는 대기업이나 이제 막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자 하는 신생기업 모두에게 참신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있다. 입력시간 : 2005/12/16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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