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기후변화협약, 위기를 기회로

박인 <LG화학 환경안전팀장>

교토의정서 발효로 구체화된 온실가스 배출규제는 다양한 측면에서 산업활동에 영향을 주게 될 것으로 보인다. 교토의정서는 지난 97년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제3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합의된 국제적 약속으로서 기후변화협약을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천지침을 담고 있다. 교토의정서는 39개 선진국에 대해 오는 2008~2012년 동안 온실가스 총 배출량을 90년보다 평균 5.2% 줄이는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이 의정서의 발효로 앞으로 많은 부분이 변할 수밖에 없다. 첫째, 이산화탄소(CO₂) 저감을 유도하기 위한 비관세 장벽의 강화이다. 우선 에너지 사용 기기에 대한 최저 효율 또는 목표 효율제가 일반화돼 기준에 미달되는 기기에 대한 수입이 금지되고 벌칙금이 부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 다음 단계로는 제품의 제조에서 폐기까지 전과정(Life-cycle)의 CO₂발생량을 명기하는 ‘환경마크제’ 또는 ‘CO₂등급제’ 등이 도입되고 녹색소비운동과 연계한 온실가스 배출량 평가가 일반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둘째, 현행 에너지 세제가 강화돼 에너지 단가가 급격하게 인상될 것이다. 국가차원에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전력구조 개편에 따라 산업용 전력 단가가 단계적으로 인상될 것으로 보이며 산업용 에너지원에 대한 환경세 또는 탄소세 등이 검토될 것이다. 셋째, CO₂배출에 대한 총량규제가 시행되면 배출 한도에 걸려 공장 신증설 및 M&A 등에 제한 요인으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즉, 온실가스 배출량을 허가된 한도 내로 자발적으로 줄이거나 배출권을 시장에서 사지 못하면 생산 공장 가동을 중단해야 하는 극단적인 상황이 우려되기도 한다. 이러한 변화에 대비, 국내 각 업계에서도 다양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내가 몸담고 있는 LG화학의 경우, 국내외 정책 및 산업계 동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온실가스 관리 시스템 구축, 배출권 거래 연구ㆍ도입, 에너지 저소비 제품 및 프로세스 개발 등 3가지 실행전략 과제를 선정해 추진하고 전사적인 ‘기후변화협약 대응 TFT’를 구성해 기후변화협약에 대응하고 있다. 우리나라가 당장 온실가스 감축의무는 없다고 하나 산업계 입장에서 교토의정서의 발효는 ‘강 건너 불’이 아닌 ‘발등에 떨어진 불’이라고 할 수 있다. 기후변화협약 및 교토의정서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규제는 사업 성장에 중대한 위협요소인 것은 분명하지만 철저한 준비를 통해 이를 극복한다면 오히려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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