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추락하는 출생률 해법찾아야

박동식 <한국특수판매공제조합 이사장>

세상을 살다 보면 놀랄 일이 숱하지만 최근 크게 놀랄 만한 보도를 봤다. 우리나라 20대 여자 네사람 가운데 한사람 꼴로 “자녀가 없어도 그뿐”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는 한 여자대학의 조사결과가 그것이다. 불임수술 증명서를 제출하면 예비군 훈련을 면제해주던 애교 있는 관행은 그야말로 호랑이 담배 피우던 시절의 풍속도가 된 지 오래다. 이제는 정부가 나서서 특히 젊은 부부들을 겨냥해 자녀 낳기, 그것도 가능하면 많이 낳기를 권면하는 시대가 됐다. 자녀를 둘 이상 낳으면 각종 혜택을 주는 기업도 생겨나고 있다. 인구감소는 문명쇠퇴의 신호 통계청이 올해 초 발표한 ‘장래인구 특별추계 결과’에는 지난 2000년의 ‘인구주택총조사’ 이후 급격히 감소한 출생률이 반영돼 있다. 이 보고서에서 특히 주목했던 대목은 우리나라 인구가 오는 2020년 4,955만6,000명을 정점으로 감소세에 접어든다는 전망이었다. 앞으로 15년만 지나면 인구 5,000만명 고지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우리나라 인구가 줄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인구증가는 오랫동안 건강한 국가와 융성하는 문명의 징표가 돼 왔다. 반면 인구감소는 쇠퇴하는 국가와 문명의 신호가 돼 왔다. 식량은 산술급수적으로 늘어나지만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것이기 때문에 대규모 기근사태가 우려된다던 토머스 로버트 맬서스의 예언은 다행히 그대로 들어맞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인구론’에서 예측했던 인구폭발에 대한 우려가 인구감소에 대한 걱정으로 치환(置換)돼야 할 판이다. 물론 이러한 걱정거리는 아직 전세계적 차원의 것은 아니며 주로 선진국들에 해당하는 사회학적 현상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도 여기서 예외가 아님이 이번 통계청 조사로 새삼 확인됐다. 인구감소 추세에 불을 댕긴 것은 지구상에서 상대적으로 풍요를 누려온 유럽사람들이었다. 60년대 말, 미국인ㆍ호주인ㆍ캐나다인을 포함한 유럽인은 7억5,000만명으로 세계인구 30억명의 4분의 1이었다. 당시 서구 국가들에서는 베이비붐이 한창이었고 인구학자들은 인구폭발에 대해 우려를 발하면서 지구의 자원과 토지가 소진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사람들은 이들이 호들갑을 떤다고 했다. 하지만 2000년이 되자 사람들은 학자들의 경고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40년 사이 세계인구는 두배로 늘어 60억명이 됐다. 하지만 유럽인 인구는 정체상태에 접어들었으며 많은 국가들의 경우 줄어들기 시작했다. 유럽 47개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회교도가 주종을 이루는 알바니아만이 현재 충분한 출산율을 유지하고 있다. 국제연합(UN) 인구국이 펴낸 200년판 ‘세계인구전망’ 보고서를 토대로 유럽에 국한시켜 살펴보자면 지구촌의 인구 전망은 전체로는 플러스다. 2000년에서 2050년 사이 세계인구는 30억명 이상이 늘어 90억명에 달할 것이다. 하지만 세계 전체 인구증가분의 50%는 아시아ㆍ아프리카ㆍ라틴아메리카에서 발생할 것이다. 문제는 같은 아시아 국가인 우리나라에서 2020년을 분수령으로 인구가 줄 것으로 전망된다는 사실이다. ‘인구와의 전쟁(War Against Population)’이라는 책을 쓴 재클린 R. 캐이슨 훔볼트주립대학 교수는 전염병이나 전쟁과는 달리 추락하는 출생률은 젊은이들만을 앗아간다고 경고한다. 경제·안보차원서 대책 모색을 여기 부부 한쌍이 있다고 하자. 이 부부에게는 직접적으로, 또는 납세를 통해 간접적으로 부양해야 할 부모와 조부모가 있다. 이 부부에게는 노인 부양에 따른 부담을 나눠가질 형제ㆍ자매가 이전보다 더 적거나 아예 없기 때문에 자식을 갖는다는 것은 더더욱 감당 못할 일이 되고 만다. 그러니 어떻게 인구감소의 구덩이로부터 빠져나오겠느냐는 것이 케이슨 교수의 설명이다. 갈수록 추락하는 우리나라 출생률은 더 이상 인구사회학적 문제만은 아니다. 경제학은 물론 가능한 모든 학문을 동원해 화급히 해법을 찾아나가야 할 안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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