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베일벗은 해외 합작영화 수준미달?

'고스트' '워리어스 웨이' 감정이입 없고 언어전달 미숙 평가<br> 다국적 관객 겨냥하다보니 새롭다기보다 조잡한 느낌<br>"공동제작 재고 필요" 지적

고스트-보이지 않는 사랑

워리어스 웨이

잘 다려진 와이셔츠를 입은 송승헌은 면세점 광고에나 나올 것 같은 미소를 짓고 있고 장동건은 미국 서부의 사막 한 가운데서 검을 휘두르며 시종일관 미간을 찌푸리고 있다. 시도 때도 없이 '아이시떼루'(사랑합니다)를 남발하는 송승헌이나 '포커 페이스'라는 설정 아래 아무런 연기도 하지 않는 장동건을 우리나라 대표 배우라고 하기에 왠지 부끄러운 느낌이 든다. 국내 작품에서는 두드러지는 활약으로 만인의 사랑을 받는 배우들이 합작 영화에서는 CF모델이나 초보 연기자로 전락해버리기 때문이다. 25일 개봉하는 한국과 일본의 합작영화 '고스트-보이지 않는 사랑(이하 '고스트')'과 12월 2일 개봉 예정인 한국과 미국의 합작 영화 '워리어스 웨이'가 언론 시사회를 통해 각각 베일을 벗었다. '고스트'는 우리나라에서도 크게 흥행한 할리우드 영화 '사랑과 영혼'의 리메이크 작품으로 한류스타 송승헌과 일본의 인기스타 마츠시마 나나코가 주연을 맡았고 '워리어스 웨이'는 장동건과 '슈퍼맨의 리턴즈'의 히로인 케이트 보스워스가 출연한 영화로 제작비 약 5,200만 달러(약 590억원)가 투입된 대작이다. 하지만 이들 영화가 공개되자 세간의 평가는 실망을 넘어 합작 영화 제작 자체에 대한 전반적인제고가 필요하다는 지적까지 제기되고 있다. 그동안 공동 제작 작품들이 답습해온 문제점을 고스란히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선 다양한 국가를 공략하려다 보니 어디에도 감정이입을 할 수 없는 결과물이 탄생했다. '워리어스 웨이'를 연출한 이승무 감독은 "특정 나라의 이미지가 나오는 순간 판타지가 깨진다고 생각해서 새로운 세계를 창조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영화 속 이미지는 한국과 중국, 일본 등 아시아와 70~80년대 서부극이 정신 없이 섞여있어 새롭다는 느낌이 아니라 조잡한 조합이라는 느낌이 더 강렬하다. 이미지가 다양하다 보니 스토리는 단순화시킬 수 밖에 없어 내용은 아이들용이지만 검을 휘두르며 난자하는 액션 장면은 어른용으로 보이는 아이러니한 작품이 탄생했다. 언어의 한계 역시 감정이입의 장애물로 작용했다. 한류스타를 기용해 일본 시장을 공략하려는 의도로 제작된 '고스트'는 2시간짜리 송승헌의 광고 미소 화보집에 그쳤는데 이유인즉 입을 열면 어색해지는 송승헌의 일본어 때문이었다. 장동건의 경우는 '냉정한 전사'라는 캐릭터 덕에 말은 거의 하지 않았지만 이로 인해 시종일관 인상만 쓰고 있는 그의 모습을 지켜봐야 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한국 영화의 공동제작이 급물살을 탄 2005년 이후 국제 공동제작 작품수는 40여건에 이른다. 해마다 적어도 6~7편이 외국과 함께 만들고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하지만 이 가운데 국내에서 성공한 사례는 아직 한 건도 나오지 않았다. 한 영화 관계자는 "공동제작 되는 영화의 함정은 너무 다양한 문화를 공략하려 한다는 것"이라며 "내수 시장의 한계로 공동제작이 늘어나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공동제작 영화에 대해 다시 살펴봐야 할 시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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