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 세계 곳곳의 여러 분야에서 성공한 한국인들을 소개하는 TV 프로그램이 방송됐다. 운동선수ㆍ예술가ㆍ과학자 등 다양한 사람들을 다뤘는데 그 중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기업인들이었다. 태어나 자란 땅에서 기업을 일으키기도 쉬운 일이 아닌데 하물며 언어도 다르고 문화도 낯선 타국에서 사업을 하면서 겪었을 어쩌면 아직도 겪고 있을 어려움은 상상조차 쉽지 않다.
그들의 오늘이 있게 한 공통분모는 무엇일까. 틀림없이 '기업가 정신(entrepreneurship)'일 것이다. 근면 성실은 기본이고 통찰ㆍ창의ㆍ혁신ㆍ리더십ㆍ도전정신ㆍ긍정적 사고, 불굴의 의지 등의 다른 이름이라 할 수 있는 그 기업가 정신 말이다.
최근 세계은행이 발표한 '2013년 기업 환경'평가에 따르면 우리의 '기업하기 좋은 나라' 순위는 세계 189개 국가 중 7위다. 지난해보다 한 단계 상승했고 세계은행이 2005년 국가별 순위를 발표한 이래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기업 경영을 둘러싼 제도적 환경 측면에서 세계 상위권인 우리나라의 기업가 정신의 수준은 어느 정도일까. 최근의 보도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주요20개국(G20) 40개 국가 중 27위, 전세계 118개국 중 43위라고 하며 이를 점수로 평가하면 1위를 기록한 미국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세계은행이 기업 환경을 평가하면서 우리나라의 법적 분쟁해결(2위), 전력(2위), 국제교역(3위) 부문과 달리 창업(34위) 부문이 낮은 점수를 받은 것과 맥을 같이 한다. 즉 아직까지는 외국에서 선전하는 일부 한국 기업인의 사례와는 달리 전반적인 기업가 정신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000년 초반만하더라도 투철한 기업가 정신으로 무장한 수많은 벤처들이 우후죽순 생겨나면서 국가 경제의 새로운 동력 역할을 했지만 요즘은 그 같은 창업열기를 좀처럼 찾아보기 힘들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자유로운 사고와 도전정신을 키우는 교육과정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분위기 속에서 기업가 정신은 자라나고 발휘될 수 있으며 그렇게 된다면 머지않은 미래에 그 열매를 거둘 수 있다.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자각하고 노력해야 할 대목이다.
시오노 나나미는 '로마인 이야기'에서 '지성에서는 그리스인보다 못하고 체력에서는 켈트인이나 게르만인보다 못하며 기술력에서는 에트루리아인보다 못하고 경제력에서는 카르타고인보다 뒤떨어지는'로마인이 어떻게 천년 제국을 일으켜 경영할 수 있었는지를 묻고 있다. 앞으로 한참의 시간이 흐른 후 누군가가 '땅은 좁고 자원은 변변한 것이 없으며 지정학적으로는 열강의 틈바구니에 끼인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어떻게 융성했나'를 묻는다면 그 답의 첫째 항목은 바로 '그들에게는 기업가 정신이 있었다'고 자신 있게 얘기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