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기업들 “日수출 완전히 접을판”

원·엔 환율 800원이하 6개월이상 지속땐<br>가격압박에 거래중단·생산거점 이전 속출<br>대기업도 북미·유럽시장서 경쟁력 잃어<br>“정부 보증등 지원 확대·신제품개발 시급”

기업들 “日수출 완전히 접을판” 원·엔 환율 800원이하 6개월이상 지속땐가격압박에 거래중단·생산거점 이전 속출대기업도 북미·유럽시장서 경쟁력 잃어“정부 보증등 지원 확대·신제품개발 시급” 김호정 기자 gadgety@sed.co.kr “원-엔환율이 현재 수준으로 6개월 이상 지속되면 일본 수출을 완전히 접어야 합니다.”(자동판매기용 제빙기 부품업체 A사 K부장) 일본 수출 비중이 전체 매출의 90%가 넘는 A사는 일본의 거래처를 상대로 “환율하락 폭만큼 보전하자”며 납품가 인상을 요구했다가 “일본이나 대만 제품으로 거래처를 바꾸겠다”는 협박성 통보만 들었다. K부장은 “원화 강세로 20% 이상 수출 채산성이 떨어져 일부 제품은 벌써 바이어가 거래를 중단했다”며 “700원대 원ㆍ엔 환율이 지속되면 나머지 품목의 일본 수출도 중단될 것 같다”고 전했다. 지난달 26일 이후 원ㆍ엔 환율이 800원 이하를 유지하면서 수출전선 곳곳에서 비명 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대일 수출 기업 대다수가 올 원ㆍ엔 환율 전망치를 900원선 이상으로 보고 사업계획을 잡았지만 연초대비 엔화 가치가 20% 이상 하락하면서 수출중단, 생산거점 해외 이전 등이 가시화하기 시작했다. 선박용 크레인 상부구조물을 일본으로 수출하는 B사. 이 회사는 최근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일부 품목의 생산거점을 중국으로 옮겼다. B사는 올해 적정 원ㆍ엔 환율을 1,000원으로 잡았지만 환율이 가파르게 하락해 손해를 보면서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회사 관계자는 “일본 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커 적자를 입어도 수출을 계속하고 있지만 이 상황이 6개월 이상 지속된다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코트라(KOTRA)가 올 여름 한국산 제품을 수입하는 일본 기업 251개사를 대상으로 벌인 조사에 따르면 한국산 제품의 가격대비 만족도는 7점 만점에 4.66점으로 중국ㆍ대만ㆍ동남아산의 4.53점과 별반 차이가 나지 않았다. 일본 바이어들은 “한국 기업들이 비용삭감을 통해 경쟁력 있는 가격을 제시하지 못한다면 중국산 제품에 뒤질 수밖에 없다”며 “단가 인상을 요구하기 보다는 경비절감으로 원가를 낮춰야 한다”고 주문했다. 신승관 한국무역협회 무역연구소 연구위원은 “일선 업체들을 대상으로 조사해보면 일본 업체들이 환율하락에 따른 가격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범용제품의 경우 대만, 동남아, 중국 등으로 거래선을 옮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신 연구위원은 “정부 차원에서 수출보증보험 확대를 통한 금융지원, 해외시장 마케팅 지원 등의 정책을 적극적으로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소기업 뿐 아니라 전자, 자동차를 중심으로 대기업들도 북미, 유럽 시장에서 일본 제품과의 경쟁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어가는 모습이다. 북미 지역 최대 성수기인 성탄절을 앞두고 일본 기업들의 가격 인하 공세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전자제품 유통업체 ‘서킷 시티’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최근 42인치 PDP TV 가격을 200~500달러 인하하자 일본 파나소닉은 무려 700달러를 낮췄다. 샤프도 지난달 마지막주 미국시장에 32인치 LCD TV를 동급의 삼성전자 ‘보르도’보다 177달러나 싼 1,185달러에 내놓았다. 자동차업계도 소형차를 중심으로 일본산이 한국산보다 가격이 더 싼 상황이 몇 달째 지속되고 있다. 일본 도요타는 소형차 야리스를 지난 3월 1만1,825달러(1.5ℓ 수동변속기 기준)에 출시했다. 이 가격은 현대차의 액센트(1만2,455달러, 1.6ℓ 수동변속기 기준)보다 630달러나 저렴하다. 9월 현재 야리스와 액센트의 가격차는 640달러로 갈수록 더 벌어지고 있다. 장재철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자동차, 평면TV의 경우 제품선택에서 가격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데 엔화 약세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수출 주력품목의 경쟁력이 많이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기업들이 환율변동에 맞춰 계속 구조조정을 벌이고 경쟁력 있는 신제품 개발을 한층 가속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입력시간 : 2006/11/20 1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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