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주니어 보드

세대 차이가 직장인이 꼽은 ‘직장 내 고민’의 40% 이상이라고 한다. 최근 LG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조사결과다. 연장자와 후배간 의식 차이가 클 것이라 생각은 들지만 이 정도까지라니 놀랍다. 대체로 나이가 들면 자기 생각만 하게 되고 남의 감정에 대해서 무감각해진다. 자신의 성향과 취향에 따라 정보와 지식을 편식하는 경향이 심해져 어떤 사안에 대해 한면만 보게 되기 마련이라 세대간 의사소통이 어렵게 된다. 더욱이 계급구조인 정부기관의 경우 위아래 직원간의 커뮤니케이션 통로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이를 경계하고 보완할 장치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사기업에서는 경영진과 젊은 사원간의 간격을 좁히려는 많은 시도가 있었다. 그중 하나가 ‘주니어 보드(Junior Boardㆍ청년이사회)’다. 참신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상하 직원들 사이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도입돼 지금은 공공기관에도 많이 확산됐다. 조달청도 주니어 보드를 운영하고 있다. 이들의 직설적인 이야기를 들으면 간부들에게 걸러서 듣는 것보다 실무현장의 감(感)을 쉽게 잡을 수 있다. 업무에 관한 아이디어를 떠보는 자리로도 아주 유용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좋은 점은 다른 데서 맛볼 수 없는 젊은 감성과 문화를 호흡할 수 있어 에너지 충전의 기회로 삼을 수 있는 즐거운 자리라는 점이다. 주니어 보드 첫 모임은 자유로운 분위기로 마련했다. 이후 한달에 한번 맥주를 마시거나, 영화관을 가거나, 노래방도 간다. 노래방에서는 일부러라도 요즘 젊은이들이 많이 부르는 것으로 부르려고 노력한다. 처음에는 빠른 가사에 시끄럽기만 하다가 순수하게 몰입해보면 그동안 잃어버렸던 젊은 날의 감성이 일깨워져 즐거워진다. 앞으로 아무 소리 말고 그들이 그려준 도면대로 착실히 따라 하면서 그들의 문화를 즐겨보려 한다. 필자도 물론 주니어 보드를 많이 곤란하게 할 생각이다. 불편한 질문을 많이 던지고 트로트도 열심히 부를 작정이다. 직업인으로서든, 가족의 일원으로서든 요즘 세상이 무엇을 어떻게 호흡하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서 나이 든 간부들에게, 특히 주위에 젊은 자녀마저 없는 분들에게는 주니어 보드 같은 세대간의 벽을 깨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참여해보라고, 학습 모임이 벅차면 노는 모임이라도 결성해보라고 권하고 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 귀중한 교훈이지만 디지털 시대의 하루하루에서는 ‘온신이지신(溫新而知新)’이 더 다가온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