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위안화 평가절상 가능성과 엔화강세의 여파로 25일 원/달러 환율이 7년반만에 1천원이 붕괴됨에 따라 향후 환율의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환율의 예측은 `동전 던지기'처럼 누구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다 단기적으로 볼 때 미국의 쌍둥이 적자가 단기간에 해소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데다 위안화 평가절상 문제 역시 시장의 불확실성으로 계속 남아 있는 한 국내 외환시장은 현재의 하락분위기를 반전시키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동안의 환율하락이 국제수지를 흑자에서 적자로 반전시켜시장기능에 의해 환율이 다시 반등하는 시점이 곧 도래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고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 외환시장의 주된 불안요인, 위안화
원/달러 환율의 1천원 붕괴를 직접적으로 촉발한 것은 위안화의 평가절상 가능성을 시사한 중국 당국자들의 발언이었다.
이에 앞서 전세계 금융시장에서는 9%대의 경제성장률과 30%대를 웃도는 수출증가율로 달러가 넘쳐나는 중국에 대해 미국이 강도높은 통화절상 압박에 나섬에 따라위안화 평가절상이 단행될 것이라는 분위기가 강하게 형성돼 왔다.
시기를 단언할 수는 없지만 결국에는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뤄질 것이라는데는대체적인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의 금융산업의 수준과 자본시장의 대외개방 정도 등을 감안할 때 위안화가 단번에 완전한 변동환율제로 이행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며 일일 변동폭을 소폭 확대하는 등의 점진적 방법을 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금융연구원의 박해식 박사는 "중국정부가 경기과열을 진정시키기 위해 위안화를평가절상 할 것이라는 것은 기정사실화해도 무방하지만 시기는 단정짓기 힘들다"면서 "중국이 당장 완전한 변동환율제로는 이행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으며 바스켓 시스템 또는 고정환율제를 그대로 두고 일일 변동제한 폭을 확대하든 지 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점진적인 방법으로라도 위안화 평가절상이 이뤄지면 당장은 원/달러 환율도 하락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시장의 불확실성 제거라는 측면에서는 원/달러 환율 반등의 기회가 제공될 수 있으며 달러화 매입 수요가 늘면서 원/달러 환유의 상승기조로 바뀔 가능성도있다.
◆ 당분간은 달러약세 기조, 외환당국 개입 불투명
1천원 붕괴 당일은 물론 26일에도 외환당국이 이렇다할 매수개입에 나서지 않음으로써 환율이 세자릿 수로 마감됐다.
미국의 쌍둥이 적자로 인한 달러화 약세 기조가 단시일내에 바뀌기 어렵기 때문에 그에 따른 엔/달러환율 하락이 원/달러 환율의 하락을 이끄는 형국이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하다.
이러한 흐름에서 외환당국이 1천원 회복을 위해 매수개입에 나선다는 것은 `실탄'만 낭비하고 효과는 기대할 수 없는 무모한 행위라는게 시장의 일치된 견해다.
지난 3월초 환율이 급격히 출렁이며 장중 1천원이 붕괴될 당시에는 투기세력의움직임이 포착돼 당국이 강력한 개입을 단행한 적이 있으나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는것이 당국의 분석이다.
그렇다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할까.
외환당국이 기대하는 부분은 미국의 금리인상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중립적인 금리수준이라고 판단하는 4%선까지 계속 금리인상을 단행하는 한 결국에는 달러화 가치가 상승, 그에 따라 원/달러 환율의 상승이 이뤄질 것이라는 점이다.
그러나 현재 2.75%인 미국의 금리가 4%대까지 올라서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리는데다 내외금리 역전에 따른 부작용도 감수해야 하는 점이 고민거리다.
◆ 국제수지 적자 반전따른 환율 반등 기대
환율의 본격적인 급락이 이뤄진 지난해 10월 이후 6개월이 경과하는 시점부터이른바 `J커브' 효과가 가시화된다고 가정하면 이번 4월이 분수령이 될 수 있다.
J커브 효과는 환율하락으로 인해 수출단가가 상승을 유도해 초기에는 전체 수출금액이 늘지만 궁극적으로 수출물량이 감소하고 수출금액도 줄게 되는 현상을 설명한다.
이 이론대로라면 4월부터 상품수지 흑자폭 둔화가 가시화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연일 고공행진하는 것도 상품수지 흑자의 감소요인이다.
특히 자본수지에서 적자를 나타낼 경우 국제수지 전반이 장기간에 걸친 흑자행진을 마감, 적자로 반전될 수 있다. 최근 외국인의 주식매수가 주춤한 것도 이러한논리를 뒷받침한다.
이렇게 되면 달러수급 상황이 역전돼 환율이 크게 오를 수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최근 수출업체들이 외환시장에 쏟아내는 달러물량이 월말임에도 불구하고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달러 매도세력의 기력이 약해질만한 상황이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반론도 없지 않다. 반도체와 LCD, 휴대전화 등 해외시장에서 품질경쟁력을 확보한 정보기술(IT) 제품들의 수출은 환율요인에 크게 좌우되지 않을 것이라는주장도 있기 때문이다.
◆ 정부와 민간연구기관들의 환율 전망
정부와 한은은 연평균 환율을 1천원선으로 잡고 있으며 최근 상황변화를 반영한환율 전망치 수정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삼성경제연구소는 지난해 2005년 경제전망치를 제시할 당시 환율을 1천60원으로 적용했으나 올해초 환율 전망을 960원, 920원대로 각각 달리한 시나리오를제시한 바 있다.
이 연구소의 정영식 연구위원은 "개인적으로는 연평균 960원선이 가장 가능성이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며 "결국 환율이 추가하락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 연구위원은 "5월초 미국의 금리 인상이 단행될 때 달러화가 일시 강세를 보일 수는 있으나 추세적으로는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다만 미국이 연말 4%대이상까지 계속해 금리인상을 단행해나간다면 달러화 가치가 반등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이밖에 LG경제연구원과 금융연구원 등은 아직은 환율전망치 수정을 위한 방침을정하지는 않은 채 당분간 시황을 면밀히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LG경제연구원은 상반기 1천10원, 하반기 990원 등 연평균 1천원을 제시했으며당장은 환율 전망을 조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연합뉴스) 박상현.경수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