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외채 급증과 환율불안 등으로 금융위기가 올 수 있다는 경고가 잇따르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단기외화 차입이 급격이 늘어나자 엊그제 국내에 진출한 36개 외국 은행 지점에 외화 차입 자제를 요청했다. 아울러 이들 외국계 은행의 외화자금 조달과 운용 내역도 점검하기로 했다. 감독당국이 외화 차입 전반에 개입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유엔 아시아태평양경제사회위원회(ESCAP)도 외환위기를 겪은 아시아 국가들이 제2의 위기를 맞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ESCAP은 한국ㆍ필리핀ㆍ인도네시아ㆍ태국 등에 단기자본 유입으로 통화가치가 상승하는 상황에서 자본이 급격히 위축될 경우 또 다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며 환율과 외채의 안정적인 관리를 주문했다. 금융ㆍ외환 시스템이 비상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경고등이 나라 안팎에서 동시에 켜진 것이다.
10년 전 외환위기를 초래했던 주요인이었던 단기외채는 지난 2년 새 가파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2004년 말 564억달러이던 것이 2005년 말에는 659억달러로 늘었다. 지난해 말에는 1,136억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72%나 증가하면서 사상 처음으로 1,000억달러를 돌파했다. 이에 따라 전체 외채에서 단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도 2004년 말 32.7%에서 지난해에는 43.1%로 커졌다. 대외채무의 질이 급격히 나빠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단기외채가 급증하자 제2의 외환위기가 오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도 커지고 있다. 당국은 외환보유액이 2,200억달러를 넘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 비해 금융 시스템이 강화됐기 때문에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강조한다. 당국의 설명대로 97년 외환위기 때에 비해 우리 금융의 체력과 체질이 좋아진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문제는 단기외채 증가세가 너무 가파르고 앞으로도 쉽게 꺾일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당국이 외국계 은행의 외화차입을 억제하고 상시점검에 나서기는 했지만 이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단기외채 증가에는 국내외 금리와 환율 등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ㆍ외환 등 경제정책 전반을 검토해 근본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