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CB) 편법증여 수사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검찰로서는 삼성 CB 수사가 늦어질수록 재벌 봐주기라는 비난을 혼자 떠안아야 하는데다 사법개혁 여론이 비등한 상황에서 자칫 반개혁 이미지로 비쳐질 수 있어 이를 미리 차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29일 검찰에 따르면 추석 전 삼성 CB 관련자 소환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검찰은 지난 28일 이학수 삼성전략기획실장(부회장)을 전격 소환, 조사했다. 이에 따라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에 대한 소환도 조만간 이뤄지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특히 검찰은 이 회장을 공개 소환하는 방침을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이날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을 소환한다면 공개적으로 할 것”이라며 “이 회장도 떳떳히 나올 것”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 회장을) 공개 소환을 하지 않는다면 여론이 가만 있겠느냐”고 말해 이 회장의 공개 소환이 불가피함을 내비쳤다.
검찰은 이 회장 소환시기에 대해 언급을 피하고 있지만 시간이 좀더 지나야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빨리빨리 진행하고 싶지만 고려할 게 많아 당장은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이 부회장을 앞으로 두 번 정도 더 불러 조사한 뒤 이 회장 소환 여부를 최종 결정할 방침이다. 이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해서는 여러 번 불러 조사해야 한다”며 “이번에는 절대 언론플레이가 아니다”고 말해 수사에 강한 의지를 드러냈다.
한편 검찰 내부에서도 삼성 CB 수사를 조속히 마무리해 재판부로 일단 넘기고 보자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재판과 관련해서는) 검찰이 걱정 안해도 되는 거 아니냐. 국민들이 다 아는 사실인데 법원이 국민들의 뜻에 따라 재판을 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공을 사법부로 떠넘겼다. 이에 따라 삼성 CB 사건을 놓고 검찰과 법원간 갈등이 재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