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호봉제, 노동시장 양극화 부추겨"

호봉제 채택기업 신규채용률 낮고 비정규직 비율 높아<br>김동배 노동硏위원, 숙련·성과배분 결합 '혁신유발' 임금체계 바람직

기계적인 호봉제가 노동시장 양극화를 가속화하고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김동배 한국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14일 ‘한국의 임금, 무엇이 문제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에서 발표한 ‘혁신유발형 임금체계의 모색’ 논문을 통해 호봉제가 노동시장의 왜곡을 심화했다고 주장했다. 논문에 따르면 호봉제를 유지하는 사업장의 경우 신규채용률이 현저히 낮은 반면 비정규직 비율이 높고 국제통화기금(IMF) 경제위기 이후 고용조정률도 높았다. 호봉제가 있는 사업장의 경우 지난 2001년 신규채용률이 21.5%로 호봉제를 폐지한 기업의 36.0%에 비해 크게 낮았다. 특히 300인 이상 대규모 사업장은 호봉제 채택 기업의 신규채용률이 20.2%로 호봉제 폐지 기업의 채용률 52.6%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호봉제 채택 사업장은 장기근속 근로자에 대한 임금부담으로 97년부터 2001년까지 고용조정을 실시한 비율이 12.2%로 호봉제를 폐지한 기업의 8.8%보다 3.4%포인트나 더 높았다. 이에 따라 50세 이상 인력비중도 호봉제 유무에 따라 각각 7.4% 및 11.4%로 장기근속 근로자에게 임금을 더 많이 지급하는 호봉제가 오히려 고령노동자를 직장에서 내쫓는 결과를 초래했다. 김 연구위원은 기계적인 호봉제 대신 선진국의 경험을 반영, 숙련보상ㆍ집단성과급 등 숙련과 지식에 기반한 임금체계와 성과배분을 결합한 ‘혁신유발형’ 임금체계의 도입이 절실하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남성 정규직 임금이 40대 후반까지 지속적으로 오르는 반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30대 초반 최고조에 오른 뒤 점차 떨어진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수경 노동연구원 연구위원은 ‘연공임금과 임금격차’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2002년 현재 20∼24세 임금을 100으로 했을 때 남성 정규직은 45~49세 때 225.9까지 지속적으로 오른 반면 남성 비정규직은 30~34세 때 190.1을 기록한 뒤 점차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황 연구위원은 “기업에서 매우 경직적인 연공임금이 여전히 지배적인 임금결정원리로 작동하고 있다”며 “가파른 연공효과는 노조 부문과 대기업 정규직 등 내부자에 한정된 것이고 외부자나 무노조 부문에서는 근속이나 경력에 의한 연공성이 크게 약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편 황덕순 연구위원은 ‘노동조합이 임금격차에 미치는 효과와 연대임금정책’ 논문을 통해 노조가 있는 사업장과 무노조 사업장의 정규직 대비 비정규직 및 여성의 임금격차가 큰 차이가 없다고 분석했다. 황 위원은 노조가 임금격차를 완화하는 데 기여하지 못했다며 “노동계가 조직률의 확대 및 교섭의 집중화, 임금격차 축소를 지향하는 연대적 임금정책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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