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생애 첫 대출 '따가운 시선' 직면

정부가 서민층의 내집마련을 돕기 위해 내놓은생애최초주택구입자금 대출(이하 생애첫대출)이 지나치게 낮은 금리로 자금시장을 교란하고 있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고 있다. 대출자격이 허술해 중산층의 재테크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난까지 쏟아지면서 대출자격 제한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 "무조건 생애첫대출로.." 시중은행의 한 재테크 팀장은 10일 "'생애첫대출 대상에 포함된다면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옛 모기지론)이나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은 쳐다보지도 말라'고최근 고객들에게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생애첫대출이 제시하는 금리는 연 5.2% 고정금리. 같은 고정금리 상품인 주택금융공사의 보금자리론(연 6.8%)에 비해 무려 1.6%포인트나 낮은 수준이다. 시중은행의 변동금리형 상품(연 5.0~6.5%)에 비해서도 훨씬 유리하다. 통상적으로 시중은행의 고정금리형 상품이 변동금리형 상품에 비해 금리가 1.5~2.5%포인트 가량 높게 책정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당히 낮은 금리인 셈이다. 이 같은 이유로 주택금융공사 보금자리론의 판매 금액은 생애첫대출이 출시된지난해 11월 1천418억원으로 전월(1천966억원) 대비 25% 가량 감소했다. 12월 대출금액도 1천432억원으로 전월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공사 관계자는 "서민들에게 내집마련의 꿈을 앞당겨 실현 가능하게 해준다는 차원에서 공사가 설립됐지만 생애첫대출의 등장으로 정부기관의 업무가 중복되는 상황이 됐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서민들의 내집마련도 좋지만 워낙 파격적인 조건을 제시하다보니 주택금융시장 전체가 왜곡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 "대출자격 과하게 허술" 파격적인 금리의 생애첫대출이 서민층의 내집마련이 아닌 중산층의 편법 재테크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도 논란이 되고 있다. 규정에 따르면 생애첫대출은 연소득 5천만원 이하이면서 집을 한 번도 소유한적이 없는 세대주이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문제는 부부소득을 합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일례로 부부 중 1명의 소득이 1억원이 넘어도 나머지 한 명의 소득이 5천만원을넘지 않으면 생애첫대출 이용이 가능하다. 일부 금융회사 인터넷 게시판엔 "70세를 넘은 부모님이 집을 소유한 적이 없는데 이 명의를 이용해 생애첫대출이 가능한지 알고싶다"는 등 문의사항이 접수되기도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고객들이 생애첫대출의 자격기준이 허술한 부분이 있다는 점을 이용해 부동산 투기자금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말했다. 건설교통부 정연호 사무관은 "생애첫대출이 악용되는 사례 등 일부 제도상의 모순이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있다"며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행동을 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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