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경제·금융일반

[녹스는 지방경제] 경자구역 절반 실시계획도 못세워… 혁신도시는 유령도시 될판

■ 지지부진한 지역개발 사업

경자구역 5곳은 아예 개발 포기… 혁신도시 용지 분양 거의 전무

기업도시도 2곳 사업자체 철회… 지정 남발해 놓고 제기능 못해


수도권과 지방의 균형발전을 명목으로 정치권이나 정부가 습관처럼 꺼내든 게 '00도시' 개발이다. '00도시'는 경제자유구역부터 혁신도시·기업도시 등이 대표적인데 헷갈릴 정도로 유형이 다양하다. 하지만 개발사업은 한결같이 지지부진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 당시 국회 산업통상위원회 소속 오영식 민주당 의원이 공개한 자료를 보면 전국 경자구역 98개 단위사업지구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46곳이 실시계획조차 수립되지 못했다. 실시계획 미수립은 사업 착공 일정과 재원조달 방안 등 구체적인 사업계획이 없다는 뜻이다. 지난해 초까지는 48곳이 실시계획 미수립 단계였으나 그나마 2곳이 사업에 다소 진척을 보여 46곳으로 줄어든 것이다.

전국 경제자유구역 중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인천 경제자유구역의 경우만 해도 27개 단위사업지구 가운데 9곳이 실시계획 미수립 지역이다. 특히 황해경제자유구역의 4개 단위사업지구는 실시계획이 수립된 곳이 전무해 사실상 '개점휴업'이다. 경기침체와 부동산경기 둔화에 따른 사업성 악화가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98곳 가운데 28곳이 아파트·상가 등 미분양이 심각해 사업 시행자 발굴에 애로를 겪고 있으며 5개 지구는 실시계획 수립 지연으로 개발 자체를 포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경자구역 지정고시 후 3년 이내에 개발사업 시행자가 지자체에 실시계획 승인을 신청하지 못할 경우 지정해제할 수 있도록 돼 있다. 정부는 실시계획 승인이 지연되거나 사업성이 떨어지는 곳을 경자구역에서 해제하는 등 구조조정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마저 지역의 눈치를 보느라 제대로 실천되지 못하고 있다.


경자구역의 외국인 투자유치실적이 지역별로 편차가 심한 점도 문제다. 지난 2004년 이후 10년간의 투자유치액 77억7,000만달러 가운데 60%가 넘는 49억3,000만달러가 인천 경자구역에 집중됐다. 부산·진해 경자구역이 12억4,000만달러로 뒤를 이었고 광양만권 경자구역이 8억5,000만달러, 새만금군산 경자구역이 6억2,000만달러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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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유치액 2위인 부산·진해 경자구역은 출범 당시 오는 2020년까지 외국자본 50억달러를 유치해 동북아 최고 경자구역으로 발전한다는 야심 찬 목표를 세웠으나 10년이 지나도록 투자유치액이 목표액의 4분의1 수준에 불과한 상황이다. 나머지 경자구역은 투자금액이 아예 전무한 실정이다. 인천을 제외한 다른 경자구역에 대한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획기적인 인센티브 부여 내지는 과감한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국가균형발전을 목표로 공공기관이 이전되는 혁신도시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부산을 제외한 9개 혁신도시의 산학연 클러스터 용지는 2012년부터 분양을 본격화했지만 민간 용지 분양은 한두 건에 불과하다. 지금까지 전체 274만㎡ 가운데 팔린 것은 12.8%인 35만1,000㎡뿐이며 첨단의료복합단지 및 의료연구개발(R&D)특구로 중복지정돼 세제 감면혜택을 받는 대구 신서혁신도시(23만2,000㎡)를 제외하면 용지 분양실적은 5.3%(14만5,000㎡)에 불과하다. 혁신도시가 공공기관만 덩그러니 있는 유령도시가 될 상황에 처한 것이다.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2007년 첫 삽을 뜬 혁신도시 기반시설 조성공사는 대부분 완료된 상태다. 하지만 공공기관 이전 용지와 한국토지주택공사(LH) 공급 아파트를 제외한 민간이 사야 할 땅의 매각실적은 거의 전무하다. 부산을 제외한 9개 혁신도시에서 분양되는 산업 용지는 분양률이 18.4%, 복합시설 용지도 14%에 머물러 있다. 이처럼 혁신도시 조성사업이 지지부진한 것은 공공기관 이전 지연이 가장 큰 요인으로 꼽힌다. 감사원이 발표한 '혁신도시 건설사업 추진 실태' 보고서에 따르면 2012년까지 이전을 완료해야 했던 113개 기관 중 겨우 4곳만이 기한을 지켰다. 혁신도시의 핵심인 공공기관들마저 이전을 꺼리니 민간 사업자가 적극 나설 리 만무하다는 얘기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5년부터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추진된 기업도시사업도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2005년 7월 '산업교역형' 기업도시로 선정된 전남 무안 기업도시의 사업계획과 전북 무주 기업도시는 사업 자체가 철회됐으며 그나마 충주와 원주 기업도시 정도가 사업에 진척을 보이고 있다. 사업 규모만 1조원대가 넘는 태안과 영남·해남 기업도시는 여전히 사업 추진이 더디다. 관광레저형으로 개발 중인 태안 기업도시는 2007년 착공에 들어갔지만 현재 공정률이 13%에 그치고 있다. 투입된 공사비만 1조8,788억원에 달해 사업 규모가 가장 큰 영암·해남 기업도시는 주민 보상 절차에 발목이 잡힌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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