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6월 8일] 지뢰밭 세계경제 대응력 키워야

헝가리 정부의 느닷없는 ‘디폴트(채무불이행)’ 경고발언이 전해지면서 세계 금융시장이 또 한차례 충격에 휩싸이고 있다. 그리스를 비롯한 남유럽의 재정위기에 이어 터져 나온 헝가리 위기설은 세계경제가 지뢰밭이나 다름없는 형국임을 잘 보여준다. 이번 헝가리 사태는 지난달 출범한 헝가리 새 정부가 이전 정부가 재정적자를 축소했으나 실제로는 훨씬 나쁜 상태에 있다고 밝힌 데서 비롯됐다. 재정위기가 그리스ㆍ스페인 등에 이어 헝가리 등 동유럽으로 퍼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외환시장과 주식시장이 혼란에 빠지게 된 것이다. 특히 유로화 투매현상이 빚어지면서 지난주 말 유로는 1.20달러 밑으로 떨어졌고 유럽증시도 1.8% 하락했다. 뉴욕시장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헝가리 악재에다 5월 고용실적이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나타나면서 3% 이상 급락하며 다우지수 1만선이 무너졌다. 미국과 유럽의 충격은 월요일 아시아시장으로 이어져 국내 증시에서는 코스피지수가 한때 2.7%나 하락했고 외환시장에서는 원화환율이 한때 달러당 39원이나 뛰었다. 일본의 닛케이지수가 4% 가까이 급락한 것을 비롯해 아시아 주요 금융시장이 불안에 휩싸였다. 사태가 확산되자 헝가리 정부를 비롯해 국제통화기금(IMF), 유럽연합(EU), 신용평가회사들까지 “헝가리는 제2의 그리스가 아니다”라며 진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헝가리의 경우 그리스와 달리 유로존(유로화를 쓰는 16개국)에 가입돼 있지 않기 때문에 독자적인 환율정책을 펼 수 있어 어려움을 극복하기가 한결 쉬울 것이란 관측도 나오고 있다. 우리 정부는 헝가리에 대한 국내 금융회사의 위험노출액이 5억4,000만달러(전체의 1.0%)에 불과해 영향이 제한적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글로벌 금융시장이 작은 충격에도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그만큼 악재가 많아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짙다는 것을 의미한다. 금융시장 개방도가 높은 우리나라는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자본이 일시에 빠져나갈지 모르는 취약점을 안고 있다. 현재로서는 세계경제를 뒤덮고 있는 불확실성이 언제 걷힐지 알 수 없다. 국내경기가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대응력을 키워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거시경제 운용을 비롯해 금리ㆍ통화정책ㆍ외환시장 등 모든 분야에 걸쳐 리스크 관리에 최우선을 두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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