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314개 PP품목 국내 제조판매 허용/제약업계,지각변동 예고

◎국내업체들 “새 시장확보 호기” 신규진입 박차1일부터 미시판물질에 대한 행정지도 보호품목(PP·Pipeline Product) 3백14개에 대한 국내 제조판매가 일제히 허용된다. 이에 따라 국내 제약업체와 외국 또는 합작업체들의 공방전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PP품목은 지난 87년 7월 정부가 물질특허제도를 새로 도입하면서 이 특허의 효력을 80년까지 소급 인정해주면서 생겼다. 당시 미국의 압력으로 정부는 80년 이후 미국에서 특허를 받고 87년 7월 이전까지 한국과 미국에서 판매되지 않은 의약물질에 대해 10년동안 국내에서의 제조·판매를 제한했다. 이는 국제적으로 유례를 찾을 수 없는 불공정 합의였다. 미국을 시작으로 이후 EC(현 EU), 일본, 스위스, 스웨덴까지 PP품목 지정을 요구해 현재 모두 3백14개가 제한 품목으로 묶여있다. 이 가운데 국내에서 시판되고 있는 제품은 모두 62개다. 이 품목의 제조판매제한이 해제되면 당장 국내 업체들은 약품의 원료가 되는 물질이나 완제품을 똑같이 만들어 팔 수 있다. 국내 제약업계로선 구미가 당기는 큰 시장이다. 반면 외국업체나 합작업체는 그동안 독점적으로 해당 의약품을 생산·공급해오다 앞으로는 경쟁을 해야 되기 때문에 대책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국내 업체들의 공략 대상은 크게 두가지다. 이달로 특허권이 없어지는 품목은 누구나 제조·판매할 수 있기 때문에 우선적인 타깃이 될 수 있다. 똑같은 약효를 갖는 복제품을 만들 경우 연구개발비용이 거의 들지 않아 저가로 시장공략을 할 수 있다. 이들 원료는 대개 이탈리아, 중국 등에서 대량으로 생산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과 원료를 놓고 경쟁을 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값싼 원료를 수입해 완제품을 생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제한품목에서는 해제되지만 제법특허의 형태로 특허기간이 끝나지 않은 품목들은 당연히 특허권을 인정받게 된다. 그러나 제법(제조방법)특허는 물질특허가 아니기 때문에 기존의 제법과 다른 방법으로 개발하면 원래 개발회사의 특허권을 피해갈 수 있다. 보령제약의 특허담당자는 『독자적인 제법만 개발하면 아주 유리한 조건으로 시장을 확보할 수 있어 앞으로 국내 업체들이 집중적으로 연구해야 될 분야는 제법특허만 등록돼 있는 PP품목』이라고 밝혔다. 한편 외국업체나 합작업체들은 수성을 위해 대책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한독약품은 대표적인 PP품목으로 항생제인 룰리드(Rulid)를 갖고 있다. 이 약은 주성분이 록시스로마이신(Roxithromycin)으로 1년에 6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데 국내 제약업체들이 복사품을 대량 생산할 경우 덤핑공세로 매출에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이 회사의 관계자는 『현재 알약 형태로 나오는 룰리드를 물약과 비슷한 현탁정으로 생산할 계획을 갖고 있다』며 『제형을 다양화하는 방법 외에는 뾰족한 대책이 없으며 제형을 바꾸더라도 큰 효과는 보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의약품 시장판도에 큰 영향을 미칠 PP품목 해제 이후 국내 제약업계가 어떤 변화를 보일 지 귀추가 주목된다.<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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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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