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국제일반

ICC 재판관에 정창호씨… 국제 사법계 발언권 확대

1차 투표서 3분의 2 이상 득표… 송상현 교수 이어 한국인 연속 당선

국익신장·北 도발 대비 등 의미 커… 내년 3월부터 9년 임기 시작

/=연합뉴스

한국 출신의 정창호(48·사진)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ECCC) 유엔재판관이 국제형사재판소(ICC) 재판관에 선출됐다. 내년 3월까지 재직하는 송상현 서울대 법대 교수에 이어 ICC 재판관을 연속 배출하면서 국제 외교 무대와 사법계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정 재판관은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진행된 ICC 재판관 선출을 위한 1차 투표에서 유효표 104표 중 3분의2(70표)를 넘는 73표를 얻어 임기 9년의 재판관에 뽑혔다. 신임 재판관 6명을 뽑기 위한 이날 선거에는 정 재판관을 비롯해 독일·프랑스 등에서 17명이 입후보했다. 나머지 후보들은 1차 투표에서 3분의2를 못 넘겨 후속투표를 통해 선출된다.


ICC는 집단살해죄, 인도주의에 반하는 죄, 전쟁범죄, 침략범죄 등 중대한 국제인도법 위반 범죄를 저지른 개인을 처벌하기 위해 만들어진 최초의 상설 국제재판소다. 지난 2002년 7월1일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공식적으로 문을 열었고 현재 122개국이 가입해 있다. 재판관은 총 18명으로 3년마다 6명을 번갈아가며 선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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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 재판관의 ICC 선출은 국익신장, 북한 도발 대비 등 여러모로 의미가 있다는 게 외교가의 설명이다. 우선 한국은 정 신임 재판관의 임기(9년)까지 고려하면 ICC 출범 이후 21년간 국제 사법계에서 발언권을 강화하게 됐다. 송 재판관은 한 차례 재선을 거쳐 2003년부터 12년째 재판관을 지냈다. 특히 2009년부터 6년간 재판소장의 중책을 맡아왔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ICC는 국제사법재판소(ICJ), 국제해양법재판소(ITLOS)와 함께 대표적인 상설 국제사법기구"라며 "특히 ICC는 국제정치 메커니즘에서 중요한 기구"라고 설명했다.

더구나 유엔이 북한 인권상황의 ICC 회부를 추진 중인 상황에서 정 재판관이 당선돼 그 어느 때보다 의미가 크다. 유엔 총회는 북한 인권상황을 안전보장이사회가 ICC에 회부하도록 하는 결의안을 지난달 3위원회에서 통과시킨 데 이어 이달 본회의에서도 채택할 방침이다. 중국이나 러시아가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한 국제사회의 압력을 주도하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보인다. 또 천안함 피격이나 연평도 폭격사건 등과 같은 북한의 무력도발이 재발하면 ICC 조사라는 절차를 통해 북한에 강력한 메시지를 줄 수 있다.

정 재판관은 이날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나라가 경제적 측면은 물론 법치·인권 차원에서도 국제사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역할을 지속하게 됐다"며 "ICC의 재판이 최대한 빨리, 효율적으로 이뤄지도록 해 정의가 빨리 구현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내년 3월부터 임기를 시작하는 정 재판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하고 32회 사법시험에 합격한 뒤 광주지법 부장판사 등을 지냈고 2011년 8월부터 크메르루즈 특별재판소 재판관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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