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로터리] 포탄 녹여 보습을 만들자


며칠 전 잠실벌에서 우리 여자축구팀이 일본에 승리를 거두자 이를 지켜본 북한 여자축구팀이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중국을 이긴 북한팀은 한국의 승리에 힘입어 동아시안컵을 안고 북으로 돌아갔다. 남과 북이 하나가 될 때 아시아에서 아니 세계에서 우리 민족이 발전하고 웅비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지난주에 우리는 개성공단 6차 회담이 결렬되는 것을 지켜보았다. 류길재 통일부 장관이 마지막 협상을 제안했지만 성사가 불투명하다. 개성공단의 운명이 가물가물하다. 북한도 개성공단을 열어야겠다는 의지는 분명하다.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와 공단의 국제화에 대한 진전도 있었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한반도 대결프로세스가 되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쯤에서 정부가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용단이 필요하다. 남북관계의 시금석인 개성공단이 재가동된다면 박 대통령의 한반도 신뢰프로세스는 탄력을 받게 될 것이다. 개성공단 입주기업들의 숨 막히는 고통을 풀어주는 일도 절실하다.


만일 회담이 열린다면 "남북은 어떤 경우라도 개성공단을 중단시킬 행동과 발언을 하지 않는다"는 선에서 이 회담을 타결해야 한다. 대북송금특검 이후 노무현 정부에서 4년, 지난 정부에서 5년이라는 아까운 시간을 허비했다. 그 사이에 북한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이 엄청나게 증대됐다. 북한의 자원과 양질의 노동력을 중국에 빼앗기고 북한개발의 기회를 내주었다. 남북리스크를 극복하지 않고서는 지속 가능한 성장이 어렵다는 점도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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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를 청와대와 국정원에 포진한 군출신의 강경파에게 맡길 일이 아니다. 이들의 사고와 관성으로는 남북 긴장이 고조되고 대화의 문이 닫힐 가능성이 크다. 대통령이 결단해야 할 때다.

이와 더불어 남한에 북한공단을 만드는 문제를 북측에 역(逆)제의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다. 시범적으로 강원도 철원 지역에 북한 근로자들만이 근무하는 평화공단을 만들자고 제안할 필요가 있다. 이는 원천적으로 공단폐쇄의 우려가 없고 원산지 표시 문제가 해결돼 남북한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방안이다.

박 대통령이 좀 더 큰 민족적 관점을 가지기를 바란다. 이번 일은 개성공단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5년의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분수령이다. 박근혜 정부의 한반도 프로세스는 신뢰로의 전진이냐 대결로의 후퇴냐의 기로에 섰다.

남북한의 여자축구가 해내는 일을 왜 우리가 못한단 말인가. 개성공단 정상화부터 한 가지씩 남북관계를 풀어 가자. 이것만이 남북이 갈라진 분단의 시대에 다음 세대를 위해 우리가 해야 할 과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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