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혁의 국제 금융시장] 4. 전세계가 통합한다.
'증시 대통합' 꿈이 현실로
세계 각국 증권거래소의 짝짓기를 위한 탐색전이 한창이다. 이에 따라 올해 세계 주요증시가 통합되는 대 사건이 발생할 가능성을 점치는 전문가들이 늘고 있다.
특히 지난해 세계증시 통합이 몽상가들의 '꿈'이 아닌 '구체적 현실'로 다가오고 있음을 일깨운 나스닥-런던증권거래소 그리고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 간 합병논의가 올해도 가장 주목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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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통합 움직임은 자본이 좀더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게 되고 정보기술 발달에 따른 전자거래 시스템 구축이 더욱 쉬워짐에 따라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있다.
그러나 세계 주요증시 통합은 한국 등 중소 국가 증시에는 치명적인 타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란 게 또한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대우증권의 김병수 연구위원은 "대형 할인매장이 들어서면서 재래시장이 몰락하듯 세계증시가 통합되면 여기에 참여하지 못한 중소국가 증시는 퇴락의 길로 접어들 수도 있다"고 전했다.
◇증시 통합의 선도자 나스닥=세계증시 통합을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미국의 나스닥. 나스닥의 프랭크 자브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해가 지지 않는 증권거래소를 만들겠다는 야심하에 2년전부터 각국 증시를 공략해왔다.
그 구체적인 결과가 지난 7월 일본 오사카증권거래소와 함께 세운 나스닥 재팬. 또 호주, 중국, 남미의 증권거래소와도 협력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나스닥은 '슈퍼먼타즈'라는 전자거래시스템을 매개로 뉴욕증권거래소를 통합할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 경쟁에 살아 남기 위해 현재의 동시호가방식을 전자거래시스템으로 전환, 뉴욕증시를 슈퍼먼타즈 시스템내로 끌어들인다는 것.
뉴욕증시도 나스닥과의 통합이 대형화와 전산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을 수 있는 방식이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욕증권거래소는 이와 별도로 유로넥스트ㆍ 홍콩ㆍ도쿄ㆍ멕시코시티ㆍ토론토ㆍ상파울로ㆍ시드니 증권거래소를 연결하는 'GEM'이라는 우량주 중심의 거래소 건설을 추진중이다. 뉴욕증권거래소는 그 첫 단추로 올해 말까지 토론토 증권거래소와의 통합을 완료할 예정이다.
그러나 나스닥을 비롯 세계 최강을 꿈꾸는 증권거래소들이 가장 관심을 두고 있는 곳은 런던증권거래소(LSE)다.
◇캐스팅 보드 쥔 LSE=런던증권거래소가 주목 받는 이유는 상장기업 중 50%가 넘는 500여개 기업이 외국기업인 동시에, 전세계 외국기업에 대한 주식거래의 65%가 이곳에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
즉 런던증권거래소와의 제휴를 통해 세계유수기업이 상장된 이른바 세계적 증권거래소로서의 면모를 갖출 수 있게 된다는 얘기다.
지난해 나스닥은 프랑크푸르트 증시와 런던 증시간 통합이 이뤄질 경우 이들과 재통합하는 협상을 벌였었다.
그러나 런던과 프랑크프루트간 합병이 결렬된 후 나스닥은 런던증시와의 직접 제휴를 적극 추진중이다. 지난달 자브 회장은 이와 관련 런던증권거래소에 전략적 제휴를 공식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지난해 런던증권거래소에 대한 적대적 인수를 시도했던 스웨덴 OM사의 최고경영자인 페르 라르손도 올해 런던증권거래소에 대한 인수를 다시 시도할 것임을 공공연하게 밝히고 있다.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의 경우도 아직 런던증권거래소와의 합병협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런던증권거래소는 현재 프랑크푸르트 증권거래소와 합병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지난해 9월 최고 경영자 가빈 캐시가 물러난 뒤 그의 자리가 공석으로 남아 있어 구체적인 결정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주주들의 이견으로 난항을 겪고 있는 최고경영자 인선이 매듭되면 전략적 제휴 파트너 찾기에 적극 나설 것으로 보고 있다.
◇생존 위한 몸부림, 중소 규모 증시들= 이같은 증권거래소의 통합 움직임은 세계 증시를 명확히 일류와 이류로 구분 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주식시장은 유동성이 큰 곳으로 몰리기 때문이 대형증시의 탄생으로 많은 투자자들과 기업들이 그곳으로 몰려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형 우량업체의 경우 이같은 경향은 더욱 심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현재도 많은 기업들이 나스닥이나 런던증권거래소 등 대형증시를 선호하고 있다.
따라서 대형거래소와 연관이 없는 중소거래소들은 자연도태 되거나 이류기업들만이 남아있는 경쟁력 없는 증시가 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같은 증시통합의 소용돌이 가운데 중소 규모의 거래소들이 살아 남는 길은 세계적 증시와의 교류증대 뿐만 아니라 합병까지도 고려해야 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호주증시와 뉴질랜드 증시가 통합한 것과 파리, 암스테르담, 브뤼셀의 증시가 통합, 유로넥스트를 설립한 것도 이 같은 세계적 조류에서 살아 남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하고 있다. 한국증시도 이 같은 세계적 경향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는 현실이다.
장순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