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체 지인이 얼마 전 헤드헌터를 통해 글로벌 유통 공룡인 '아마존닷컴'에서 러브콜을 받았다. 그는 "지난해 5월 한국에 법인을 설립한 후 1년 전부터 차근차근 우수 인력을 포섭하고 있다"며 "기술 부문을 시작으로 마케팅 분야까지 인재 요새를 구축하고 있다"고 전했다. 아마존이 곧 한국 공세를 본격화할 것이라는 얘기도 잊지 않았다.
지난 1994년 '온라인 서점'에서 출발한 아마존은 책을 시작으로 가전제품·음반·DIY·스포츠·의류·건강식품 등 거의 모든 제품을 취급하면서 연 매출 77조원의 세계 최대, 최고의 온라인 판매업체로 성장했다. 이런 아마존의 국내 진출을 앞두고 온라인 이커머스는 물론 오프라인시장이 폭풍전야의 숨 막히는 긴장감에 휩싸여 있다. 최저가 정책과 초고속 배송 시스템으로 무섭게 몸집을 불려 온 아마존의 상륙이 국내 유통 생태계를 교란시킬 것이 불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우선 오픈마켓의 자생력 훼손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꼽힌다. 일반적으로 오픈마켓 판매수수료가 높다는 의견이 많은데 아마존이 오픈마켓에 진출할 경우 판매자를 유인하기 위해 수수료율을 공격적으로 낮출 가능성이 높다는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렇게 되면 전자상거래 분야에서 고군분투 중인 토종업체 11번가와 위메프가 치명상을 입는 것은 시간문제다.
고객 상거래 정보를 외국 기업이 장악하는 것은 더욱 심각하게 다가온다. 쇼핑 이력을 통해 개인의 성향·취향·결제계좌까지 파악할 수 있는데 만약 정보누출로 해외로 빠져나갈 경우 대재앙으로 이어진다.
오프라인 업체들도 손 놓고 있을 때가 아니다. 전 구글코리아의 한 관계자는 "패션·뷰티·식품·스포츠·책 등 모든 부문에서 국내 도매시장에 접근해 물건을 사들인 후 최저가 정책을 앞세워 백화점·마트·서점 등 유통시장을 뒤흔들어 놓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가격 림보게임에서 버텨내지 못해 백기를 들고 아마존 산하로 들어간 유명 신발 사이트 자포스 인수과정을 보면 한국에서 어떤 마피아적인 행태를 보일지 예측 가능하다는 지적이다.
일각에서는 한국 기업의 글로벌화가 본격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또 아마존의 주 관심사인 패션과 푸드만 놓고 봤을 때 동대문시장의 패션산업과 한류열풍을 이용한 K푸드의 활발한 글로벌 진출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하지만 여전히 말뿐이다. 포악한 갑의 행세로 무장한 아피아(아마존닷컴+마피아)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기다렸다는 듯 물리칠 준비가 우리는 되었는가. /생활산업부 심희정 차장 yvette@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