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 째 매도공세로 일관해 왔던 기관의 매매패턴에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조금씩 기관의 매수세가 유입되고 있다. 매물을 쏟아 부어 지수상승을 막았던 그 동안의 패턴과는 다른 모습이다.
특히 29일 발표된 6월 산업활동동향이 플러스로 전환한 것을 비롯해 앞으로 발표될 국내외 거시경제 지표도 긍정적일 것으로 전망돼 기관 수급에 청신호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외국인이 613억원, 기관이 622억원을 사들이는 `쌍끌이` 매수세에 힘입어 전일보다 4.53포인트 오른 722.33포인트에 마감하며 720선을 회복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매수 볼륨은 크지 않지만 기관의 매도가 둔화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며 앞으로 거시경제 지표가 긍정적인 것으로 나타날 경우 기관의 매수세가 지속적으로 유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투신 등 주요 기관들이 경기회복 신호와 함께 그 동안 줄였던 주식 편입비중을 다시 늘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앞으로 발표될 국내외 경제지표에 주목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동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반도체장비, LCD 등 IT(정보기술)관련 실적 호전주에 관심을 높여야 할 것으로 분석된다.
◇크게 둔화된 기관 매도세=투신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을 기점으로 기관의 매도 공세는 크게 둔화됐다. 기관은 이 달 들어 지난 17일까지 총 1조7,946억원을 매도했다. 그러나 지난 18일 680억원을 사들인 이후 매도 규모를 크게 줄이더니 이틀 연속 순매수를 기록했다. 전일 677억원을 사들인데 이어 이날도 622억원을 순수하게 사들였다.
특히 최근 7거래일 동안 매도 규모는 1,764억원를 기록, 매수 규모인 1,830억원에 미치지 못했다.
기관은 이 달 들어서만 1조5,947억원어치를 순수하게 내다팔았으며 올들어 이날까지 3조298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기관, 자금여력 개선조짐=그 동안 기관 매도는 투자자들의 펀드 환매 압박과 외국인 선물 매도에 연계된 프로그램 매도가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지수가 700선을 넘어서면서 이 같은 상황이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특히 급격한 줄어들던 주식형 펀드 설정액의 감소추세가 최근 들어 크게 둔화되고 있다. 이는 일정 부분 원금 회복에 따른 환매 물량이 어느 정도 소화됐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향후 기관의 매도 강도가 둔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나타낸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또 이날 현재 프로그램 매수차익거래 잔액은 8,000억원 수준으로 지난 몇 달간 1조원을 훌쩍 뛰어 넘었을 당시와 비교했을 때는 부담이 덜한 상태다. 서성룡 미래에셋증권 투자분석가는 “외국인에 의한 수급장세 속에서 미미하게나마 감지되는 기관의 매수 가능성이 수급 여건 개선에 힘입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국내외 경기지표가 잇따라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도 이 같은 가능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정순호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지난 6월말 3%포인트 가까이 줄여놓았던 주식 편입비중을 미국 경기지표 개선 신호와 함께 다시 높이는 작업을 진행 중”이라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조금씩 현실화되고 있다는 판단이 든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관들이 경기지표 회복을 확인할 수 있을 때까지 주식 매수 타이밍을 늦춰왔다는 점에서 곧 발표될 미 ISM제조업지수가 50을 넘어설 경우 그 동안의 매매패턴에 커다란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 동안의 매도세를 접고 본격적인 순매수로 돌아설 가능성도 높다는 분석이다.
<김정곤기자 mckids@sed.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