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MRO규제의 역설] <중> "비싸고 불편" 중소기업 편익만 줄여

"원가혁신 이점 대기업 이용 왜 막나" 분통

일정 매출 미만땐 대기업MRO와 거래 못해

"中企 이용은 비용절감·자재통일에 도움 안돼"

시장 위축에 대기업MRO 납품 中企도 피해


# 중견기업 A사는 오랜 경기침체 탓에 비용을 절감하고자 MRO 전문회사를 통한 소모성 자재 구입을 결정했다. 11개 계열회사의 구매 물량을 통합해 한 곳에서 구매를 해 비용 절감은 물론 전국 각지의 공장 자재를 통일시키기 위해서였다. 이를 위해 MRO 대기업 몇 군데에 거래를 요청했지만 이내 고민에 빠졌다. A사의 계열사 몇 군데가 매출 3,000억원 이상이라 대기업 MRO회사는 이용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MRO품목에 대한 구매원가 절감 기대치와 전국 산간지역에 위치한 공장의 지리적 여건을 감안할 때 규모가 작은 MRO 기업은 여러모로 한계가 많다고 판단한 A사는 MRO 회사를 통한 통합구매를 포기해야 했다.

중소 MRO기업만 이용해야 한다는 동반성장위원회의 MRO 가이드라인 탓에 더 비싸게 살 뿐만 아니라 선택권을 박탈당한 중소업계의 불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MRO의 원리는 다수의 생산자와 다수의 소비자를 하나의 플랫폼으로 모아 공동구매 방식을 통해 가격을 낮추는 것. 이를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네트워크가 부족하고 고비용 구조의 오프라인 유통망 위주인 중소 MRO만 이용할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들로서는 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선택권 자체가 막혀버린 셈이다.

전국적으로 3곳의 공장에서 실험기기를 제조하는 B사는 최근 MRO부분을 구매전문회사에 아웃소싱하기로 하고 전국적인 물류망을 갖춘 대기업 MRO 기업에 위탁서비스를 의뢰했으나 거절당했다. 매출 1,800억원 규모의 B기업은 동반위 가이드라인에 따라 대기업 MRO업체와 거래할 수 없다는 게 이유였다. 대기업 MRO사는 "거래를 하고 싶어도 규제 때문에 거래를 못한다"고 양해를 구했다.


B사 대표는 "인력이나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업으로서는 MRO를 통해 구매 비용을 절감해야 하는데 중소 MRO 업체들은 구매 IT시스템을 갖추고 있지 않은데다 네트워크가 취약해 원가 혁신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대형마트 휴일휴무 규제는 소비자의 선택권을 일부만 제한하는 것이지만 MRO 규제는 소비자로서 중소기업이 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막아놓은 것"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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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함께 대기업 MRO를 통해 국내외 판로를 개척하던 중소기업들 역시 피해가 크기는 마찬가지다. 일반적으로 한 대기업 MRO사의 B2B플랫폼에는 중소 제조업체 10만여곳이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제한 이후 MRO대기업의 매출이 하락하면서 그동안 MRO플랫폼을 통해 납품하던 중소 제조기업의 매출도 동반 하락 추세다.

경북 구미의 공구제조 중소기업인 C사는 지난 2005년부터 한 MRO 대기업과 거래를 시작한뒤 2002년 2억원이었던 매출이 2011년 35억원까지 늘었다. 하지만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C사 매출은 15억원 수준으로 급감했다.

평택지역에서 공장용 청소 및 안전제품을 제조하는 D사 역시 3년간 매출이 대폭 줄었다. 국내 MRO 대기업의 B2B 플랫폼을 이용해 2000년대 중반까지 매년 10%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지만 규제 이후 시장이 위축되면서부터 덩달아 침체를 맞았다. MRO 대기업을 통해 기존에 납품하던 중소 거래처 관련 매출이 줄은게 주된 이유였다.

D사 대표는 "MRO 플랫폼으로 자연스레 판로가 확대되는 측면이 있었는데, 몇 년새 MRO 대기업들의 환경이 힘들어지면서 우리도 덩달아 경영환경이 어려워졌다"며 "과거에는 제품 개발과 생산에만 집중하면 됐지만 이제는 영업 인력도 신규 충원해야 하는 만큼 신규 비용 요소가 생겨나 큰일"이라고 푸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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