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는 아직도 대화와 토론의 문화가 제대로 정착되지 않은 것 같다. 거기에는 많은 이유가 있겠지만 남의 의견을 주의 깊게 듣지 않는 것도 큰 원인 가운데 하나다. 이런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과거 필자가 했던 강의에서 있었던 사례를 들어보겠다.
부동산 관련 세제에 관한 강의를 하면서 학생들에게 다음과 같은 질문을 한 적이 있다. 부동산에 매기는 세금이 경제 이론상으로 중요한 의의와 장점을 가지지만 주택가격 안정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고 생각하는데 학생들의 생각은 어떠한가를 물었다. 한동안 대답이 없더니 그 중 한 학생이 “교수님, 그래도 우리나라의 부동산가격이 너무 높으니 이를 잡아야 되지 않겠습니까”하는 것이었다.
필자가 했던 질문은 부동산가격 앙등에 대처해야 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그에 대처하는 정책 수단으로서의 부동산 세제의 유효성에 관한 것이었는데 그 학생은 다른 문제, 즉 전자에 대해 의견을 피력하고 있었던 것이다.
일례에 불과하지만 이와 같이 어떤 문제에 대해 선입견에 의한 결론을 내린 상태이거나 또는 상대방의 의견을 잘 듣지 않는 경우에는 제대로 된 토론이나 대화가 이뤄지지 않으며 올바른 결론을 도출하기가 어렵게 된다.
필자 자신도 TV나 라디오 토론에 여러 차례 나가봤지만 이런 경험을 가끔 한다. 그래도 구체적인 정책에 관한 토론의 경우는 나은 편이다. 정치나 사회일반에 관한 경우 각자 자기의 일방적 주장만 있지 상대편 의견에 대한 경청은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는 국회에서 이뤄지는 대정부질문이나 토의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은 일반 대중을 향한 연설이나 의견 발표에서나 어울리는 일이지 서로 간에 다른 의견을 대화를 통해 조율, 합의점을 도출해나가는 데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필자는 이러한 현상의 원인 중의 하나가 토론의 교육과 훈련이 부족해서라고 생각한다. 우리의 학교교육에 토론교육이 매우 부족한 것이 사실이고 이는 토론문화의 미발달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학교에서 올바른 토론교육이 이뤄지고 토론기회가 주어지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 진정한 소통이 될 수 있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