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공연업계가 세계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며 전방위로 뻗어나가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과 일본을 중심으로 한 해외 투어 공연이 전부였던 공연업계가 시장을 다변화하고 진출 방식도 선진화하는 등 선진국형 글로벌 시장 진출을 꾀하고 있다. ◇라이선스 수출ㆍ현지 투자 등으로 전방위적 진출= 해외 투어 공연의 경우 우선 진출 국가가 점차 다양해지는 양상이다. 뮤지컬 제작사인 PMC 프로덕션은 최근 비언어극 '난타'의 이스라엘 투어 공연을 협의 중이다. 프로덕션 측에 따르면 내년 초부터 1년 동안 120만 달러의 개런티를 받고 투어 공연 계약을 맺을 것으로 전망된다. 오디 뮤지컬 컴퍼니 역시 대표작인 '지킬 앤 하이드'의 싱가포르ㆍ인도네시아 등 동남아시아 투어 공연을 추진 중이다. 신춘수 오디 뮤지컬 대표는 "현재 중국과 일본 투어 공연은 확정됐고, 동남아 국가 투어 공연을 현지 기획사와 조율 중"이라고 말했다. 라이선스 수출, 현지 공연기획 투자 등 선진국형 시장 진출도 가속화되고 있다. 오디 뮤지컬 컴퍼니는 지난 7월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의 의상ㆍ무대 디자인 등을 일본 후지 TV에 1억원에 판매했다. 창작 뮤지컬의 라이선스 판매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뮤지컬 '달고나'는 일본의 아뮤즈사에 순매출 5%를 받는 조건으로 라이선스 판매됐고, 뮤지컬 '대장금' 역시 14만 7,000달러를 받는 조건으로 일본에 라이선스 수출됐다. CJ엔터테인먼트는 중국에 합작 투자 방식으로 진출했다. 중국대외문화집단공사와 합작으로 뮤지컬 '맘마미아'의 오리지널 공연을 베이징에 유치하는데 성공한 것. CJ엔터테인먼트는 맘마미아의 중국어 라이선스 공연 제작에도 참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지 상황에 맞춘 포지셔닝으로 캐시카우 창출이 과제= 해외 시장 진출이 활발해지지만 본격적인 수익성 창출 단계에는 아직은 여러모로 미흡한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공연산업 수출이 현금 수익을 보장하는 이른바 캐시카우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현지 상황에 맞는 포지셔닝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김병석 CJ엔터테인먼트 공연사업부장은 "국내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무작정 해외로 뛰어든다는 건 위험한 생각"이라며 "국내에서 성공한 해외 투어 공연들의 기획 방식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던 프랑스 뮤지컬 '노트르담 드 파리'의 성공 요인은 국내 관객들이 점차 영미뮤지컬에 싫증을 내고 있는 시장 분위기를 파악하고 기획됐기 때문. 지난해 일본에서 초연한 뮤지컬 '겨울연가'는 포지셔닝을 잘못해 흥행에 실패한 경우이다. 이와 관련 일본의 대표적 극단 시키 관계자는 "일본에서는 한류 스타를 보기 위해 한국 작품을 즐기는 성격이 강한 데, 스타 캐스팅이 없이 드라마의 후광으로만 승부하려 했던 게 실패 원인인 것 같다"고 말했다. 해외 진출 자체로만 의미를 부여해서는 수익성을 내기 어렵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비언어극 '난타'는 국내 최초로 오프 브로드웨이 무대에 진출해 1년 6개월 동안 공연을 가졌으나 최종 성적은 적자였다. 원종원 순천향대 교수는 "해외 무대의 진출 여부에 급급할 게 아니라 진출 이후 장기적으로 공연할 수 있는 안정적 수익 구조를 만드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