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전자상거래 적극 육성을

`밀짚모자는 겨울에 준비하라`는 말이 있다. 여름에 요긴한 생활용품이면서도 막상 닥쳐서 준비하려면 구하기 쉽지 않은 것이 바로 밀짚모자이기 때문이다. 물론 지금은 시대가 바뀌어 밀짚모자가 더이상 필요 없는 세상이기는 하지만 자녀에 대한 교육투자 활동이라든지, 노후에 대비해 연금저축이나 보험에 가입한다든지 하는 것들은 현대적 의미의 밀짚모자가 아닌가 생각된다. 우리는 지금 인터넷 대중화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에 따라 모든 경제생활과 거래활동도 전자화되고 정보화되는 전자상거래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지난 20세기 후반에 시작된 디지털 혁명은 인터넷 혁명이라는 고지를 거쳐 이제 전자상거래 혁명으로 꽃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전자상거래야말로 경쟁에 의한 자본주의적 효율성이 극대화된 세상이라고 믿는다. 인터넷의 속성과 어우러진 전자상거래에서는 모든 정보가 활짝 공개돼 투명한 경쟁이 이뤄지고 언제나 최선의 것을 찾아 역동적으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잘만 하면 현대판 이코노피아(Econopia)가 전자상거래를 통해 이뤄질지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이처럼 전자상거래가 우리 생활의 일부이다시피 됐는데도 많은 사람들이 전자상거래의 긍정적인 효율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전자상거래를 범국가적으로 지원하고 육성해야 되는 이유는 전자상거래가 지금 당장의 생활 편의를 증대하고 경제의 효율을 높이는 데만 있지 않고 장기적으로 현대 자본주의 경제의 부작용을 쉽게 치유할 수 있는 백신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믿어 의심치 않기 때문이다. 전자상거래는 결제수단의 전자화와 거래기록의 투명성을 가져오고 이는 자연스럽게 지하경제의 양성화와 경제구조의 건전화를 유도할 수 있다. 지하경제는 분배의 정의를 실현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다. 우리나라는 경제와 교역 규모가 세계10위권에 가까운 양적 성장을 이룩했다. 그럼에도 질적인 면에서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는 것은 이러한 지하경제의 온존과 그에 따른 사회 전반의 투명성 저하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러나 다행스럽게도 최근 우리나라도 전자상거래 관련 산업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어 지하경제 양성화에 희망의 빛이 싹트고 있다. 지난해 조사된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전자상거래 규모는 180조원 수준이며 전자상거래율은 약 11.5%로 추정된다. 정부는 오는 2005년까지 이 비율을 최상위 선진국 수준인 30%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지하경제의 퇴치와 탈세 방지가 시스템적으로 작동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전자상거래를 근본적으로 활성화시킬 수 있는 방안으로써 현재 논의되고 있는 몇가지를 소개해본다. 첫째, 관계 법령의 규정 때문에 전자문서의 사용이 인정되지 않는 부문들을 찾아내어 일률적으로 허용하는 특별법의 제정이 고려돼야 할 것이다. 세법ㆍ상법 등 우리 생활의 주변 법령부터 다시 살펴봐야 할 때라고 본다. 둘째, 전자상거래를 이용하는 구매자나 공급자들에게 더 많은 세제 혜택이 돌아가도록 배려해야 될 시점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정보화 설비투자 등에 약간의 세금 혜택이 있으나 이를 실효성 있게 확대하고 전자적으로 거래가 이뤄질 때에는 결제시 부가가치세율을 낮춰주는 방안도 고려돼야 할 것이다. 셋째, 전자상거래 전문인력의 체계적인 양성과 전자문서ㆍ장비 등의 표준이 꾸준히 연구되고 실천에 옮겨져야 한다. 열거하면 수도 없지만 새로운 참여정부가 출범하면서 전자상거래 등 신산업에 대한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는 점은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새 정부에서는 e비즈니스 시대의 국가경쟁력을 획기적으로 드높일 수 있는 방향으로 범국가적인 역량 결집이 이뤄지기를 기대해 마지않는다. 우리는 지금 전자상거래를 활성화시켜야만 될 시점에 있다. 따라서 전자상거래를 곧고 바른 시스템으로 육성 발전시킴으로써 여름이 오면 요긴하게 쓰일 밀짚모자처럼 전자상거래가 우리나라의 경제를 한단계 성숙시키고 우리 사회를 보다 활기차게 가꿔가는 구원투수가 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정득진<한국전자거래진흥원 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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