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시론] 퇴직급여보장법 개정 서둘러야


우리 평균수명이 지난 1980년대 이후부터 연 평균 6개월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는 인구 통계적 분석에 의존하지 않더라도 노후자산의 확보는 모든 근로자의 관심사가 아닐 수 없다. '노후자산=퇴직연금자산'이라는 등식이 보편화된 선진국들은 퇴직연금자산을 확충해 노령화에 대비할 뿐 아니라 자본시장의 활성화를 도모해왔다. 노령화 대비·자본활성화 두 토끼 실제로 1992년부터 우리와 같이 법정퇴직연금제도를 통해 인구 노령화에 대비해온 호주는 이미 세계 4위의 글로벌 자본시장으로 급성장한 반면 일본의 경우 퇴직연금자산을 사전에 충분히 축적하지 못한 것이 1990년대 이후 경제불황의 깊이를 키운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대한 보완책으로 일본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퇴직연금자산의 확충을 도모하는 대대적인 퇴직연금개혁을 단행했다. 이와 같이 퇴직연금은 노후복지의 차원을 벗어나 미래의 경제성장동력과 직간접적으로 연결돼 있음을 주지할 필요가 있다. 선진사회처럼 근로자들의 노후 재정자립도를 확충하기 위해 2005년 12월에 시행된 퇴직연금제도가 불과 5년 만에 모든 근로자 퇴직연금시대를 열었다. 또한 현재 29조원의 퇴직연금자산이 올해 말에는 50조원으로 급성장할 것이라는 조심스러운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가시적인 발전에도 불구하고 가입대상 5인 이상 사업장의 약 18%만이 도입한 상태다. 이와 같은 양적 성장에 병행해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제도적 보완책으로 정부는 이미 2008년 11월 근로자퇴직급여보장법 전면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그러나 개정안의 시급성이 인식되지 못한 채 현재까지 표류하고 있는 실정이다. 현행 개정안은 근로자의 제도 선택권 확대, 퇴직연금자산의 연속성 강화, 퇴직연금시장의 공정성 제고, 그리고 자영업자를 포함한 개인형퇴직연금제도 확산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고 있다. 첫째, 노사 모두가 개선 필요사항으로 지적해온 연금제도선택의 다양성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이해관계를 같이 하는 중소형 사업장들이 하나의 표준화된 제도를 통해 단체에 가입할 수 있게 함으로써 운영비용의 절감 및 자산운용능력을 제고할 수 있도록 했다. 둘째, 55세 이전까지는 근로에 의해 누적된 연금자산을 가계생활비용으로 전용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최근 실증조사에 의하면 전체 근로자의 약 68%가 생활목적으로 노후준비자산을 소진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개정안은 연금생활문화의 정착화에 최대 걸림돌로 언급돼온 이러한 '중간정산제'의 폐단을 제거하는 대신 주택 마련, 의료비 마련 등 필요자금으로의 전환만을 허용하고 있다. 셋째, 퇴직연금사업자 간의 불공정ㆍ과당경쟁의 가능성을 사전에 방지하고 퇴직연금시장의 건전한 육성을 도모하기 위해 사업자의 공적 책무를 강화하고 있다. 이에 따라 퇴직연금시장은 자본시장의 중요한 축으로 더 한층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마지막으로 퇴직연금의 소외계층으로 분류돼온 자영업자, 그리고 자발적으로 추가 납입하고자 하는 근로자 등을 위한 개인형퇴직연금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이는 전근로자 퇴직연금시대를 실질적으로 완성하는 제도적 보완책으로 이해된다. 국가적 책무 지체해선 안돼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 기대효과는 개정안이 국회에서 방치된 지난 2년여 동안 오히려 퇴직연금시장의 발전을 저해하는 일면으로 표출되고 있다. 왜냐하면 개정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전에 비해 중간정산제를 실시한 기업의 수가 약 93% 급증하였고 연금시장은 더욱 치열한 출혈경쟁ㆍ금리경쟁으로 치닫는 양상으로 언론에 비쳐지고 있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근로자 노후준비 자산의 누수 현상이 오히려 개정안 통과 지연으로 한층 활성화되고 있음을 방증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표류인가. 개정안에 책임이 있는 국회는 진정성을 갖고 근로자에 대한 국가적 책무를 더 이상 지체해서는 안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올 2월 임시국회에서 개정안이 통과돼 근로자의 퇴직연금시대가 한층 더 성숙되기를 기대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