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산업일반

모두가 갖고 싶은 제품 싸게 파는게 경쟁력

[인터뷰] 마샤 킬고어 핏플랍 CEO<br>블리스 스파·솝앤글로리·핏플랍… 잇단 도전으로 브랜드 마다 성공<br>단순하지만 튀는 색상 담은 핏플랍… 54개국서 1,800만족 팔리며 흥행

한국을 방문한 마샤 킬고어 핏플랍 CEO는 론칭한 브랜드마다 성공한 비결이 뭐냐는 질문에"내가 사고 싶은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한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호기자

지난 1987년 미화 단돈 300달러를 들고 뉴욕 맨해튼에 도착한 캐나다 출신 소녀 마샤 킬고어(Marcia Kilgore, 46)는 학자금을 벌기 위해 일자리를 찾았다. 그가 구한 파트타임 일은 퍼스널 트레이너였다. 처음에는 돈을 위해 시작했지만 좀처럼 몸을 움직이지 않는 도시인들이 운동할 수 있도록 도와주던 그의 경험은 정확히 9년 후 뉴욕에 스파브랜드 '블리스 스파(Bliss spa)'를 선보이는 밑거름이 됐다.

하지만 마샤는 젊은 나이에 거둔 반짝 성공에 만족하지 않았다. 결혼해서 가정을 꾸린 후에도 '아줌마 CEO'로서 대담한 경영전략을 구사해왔다. 블리스스파가 북미와 유럽에서 승승장구하던 지난 1999년과 2004년 루이비통을 소유한 LVMH그룹에 지분을 넘기며 사장이 아닌 고문 역할로 자리를 옮긴 것은 그의 도전정신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후 마샤는 스파 브랜드를 운영한 경험을 살려 영국에서 저가 화장품 브랜드인 '솝앤글로리(Soap&Glory)'를 론칭, 또 하나의 브랜드를 성공궤도에 올려놨다.


그런 그가 새롭게 열정을 쏟아붓는 브랜드가 있다. 2007년 첫 제품을 시장에 내놓은 후 6년 만에 미국, 독일 등 전세계 54개국에 총 1,800만여 족을 팔아치운 인체역학적 신발 브랜드 '핏플랍(Fitflop)'이 주인공이다. 핏플랍은 지난 2009년 한국시장에 들어와 지금까지 330억여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유명백화점과 면세점 등에서 80여개 매장을 운영 중이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 최근 서울을 방문한 킬고어 CEO를 서울경제신문이 만났다.


"내가 사고 싶지 않은 제품은 만들지 않습니다. 품질과 디자인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합리적인 가격이 아니면 제품으로서 자격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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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원론적인 경영철학을 밝힌 그는 "기존에 나와있지 않은 제품, 아직 만들지 못한 제품을 새롭게 만들어 나와 남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지속적으로 새로운 브랜드에 도전할 수 있었던 힘"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시아 시장에서 사업을 어떻게 키워나갈 것이냐는 질문에도 "좋은 제품이라면 구입한 1명의 고객이 주변의 수십 명에게 자연스레 추천할 것이라는 전통적인 구전 마케팅의 힘을 믿는다"고 강조했다.

2개의 성공한 뷰티 브랜드를 뒤로 하고 초보나 다름없는 신발 사업에 뛰어든 구체적인 계기는 무엇일까.

"솝앤글로리가 굉장한 성공을 거뒀을 때 오히려 제 몸은 사무실에 갇혀 망가지고 있었다"고 당시를 회상한 그는 "짧은 시간을 투자하더라도 몸매를 가꿀 수 있는 '뭔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신발을 새 사업으로 선택했다"고 말했다.

언뜻 고무신을 떠올릴 정도로 디자인은 심플하지만 톡톡 튀는 색상과 편안한 착화감을 자랑하는 핏플랍은 발 건강에 가장 좋은 높이로 알려진 4cm 굽과 밑창이 완벽하게 발에 가해지는 충격을 흡수한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처럼 특이한 신발 디자인은 브랜드를 만든 마샤의 철학에서 출발했다. 그는 "인류는 수천 년간 맨 땅을 직접 밟았지만 이제는 모든 도로가 포장돼있기 때문에 단단한 길을 딱딱한 신발을 신고 걷는다"며 "산업의 진화를 따라가지 못하는 우리 몸을 위해 되도록 간단한 디자인을 적용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한편 한 아이의 엄마이기도 한 마샤는 한국의 '워킹맘'에게 "여성은 모든 것을 잘하려고 노력하는 탓에 남성보다 조금 어렵게 살아간다"며"만약 당신이 아이 운동회와 비즈니스 미팅 이 둘 중에 하나만 갈 수 있는 상황에 놓인다면 지금이 죽기 직전이라고 가정하고 선택하라"는 의미심장한 조언을 남겼다.


이수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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