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사설] 제왕절개 부추기는 제도·환경 개선을

40%를 웃돌던 우리나라의 제왕절개 분만율이 36% 수준으로 낮아졌다가 2011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 지난해에는 산모 100명중 37명이 제왕절개로 아기를 낳았다. 이 같은 현상은 일차적으로 임신성 당뇨·고혈압 등을 앓는 비율이 높아지는 35세 이상 산모가 2004년 10%대, 2011년 20%대에 진입한 게 가장 큰 이유다. 분만 리스크가 높아지다 보니 자연분만보다 제왕절개를 선호하는 산모와 의사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진료비(분만수가)가 낮은 편인데다 의료분쟁 발생시 책임소재도 제왕절개를 부추기는 요인 중 하나다. 미국·영국 등에서는 제왕절개 수술을 하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경우 국가에서 배상하지만 국내에서는 자연분만을 하다 잘못되면 제왕절개를 하지 않았다며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는 경향이 강하다. 제도보완을 통해 이런 분위기를 바꿔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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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급한 상황이 아니라면 자연분만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좋은 선택이기 때문이다. 아기는 좁은 산도를 통과하며 양수·분비물을 토해내고 면역력과 기압 등에 대한 적응력이 생긴다. 비염·아토피에 걸릴 확률도 낮아진다.

반면 제왕절개 출산은 산모·태아에게 질병을 옮길 가능성을 높인다. 제왕절개로 낳은 아기는 유익한 장(腸)박테리아가 적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의료계에서는 정부의 포괄수가제도 제왕절개를 부추긴다고 지적한다. 표준적 진료를 토대로 진료비가 책정돼 이 범위를 벗어나는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의료기관이 손해를 봐 꺼리게 되고 결국 산모와 아기가 불필요한 제왕절개를 강요받게 된다. 포괄수가제는 의료서비스 행위마다 진료비를 지급하는 종전 시스템에서 의료기관이 영양제·빈혈제 등 비급여항목을 많이 넣음으로써 더 많은 진료비를 챙겨 산모 측과 건강보험 재정부담을 줄이는 효과가 있다. 하지만 이 때문에 제왕절개를 부추겨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해친다면 결코 바람직한 일이 아니다. 정부는 제왕절개 분만율을 높이는 제도와 환경을 전향적으로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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