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신규창업 문턱 높이는 '규제의 역설'

"동반성장위원회의 출점 규제로 파리바게뜨는 웃고 제과점 창업 희망자들만 울게 된 형국입니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한 제분업계 관계자의 말이다. 동반위가 올 2월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제과점업종을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한 지 3개월여 지난 요즘 제과점업과 밀접한 업종인 제분업계에서 공공연하게 오가는 얘기라고 한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으로 제과점업계 1ㆍ2위인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연간 국내 신규 출점을 기존 매장 수의 2% 이내로 제한하는 규제를 받게 됐지만 역설적으로 시장에서 파리바게뜨의 독점적 위치를 굳히는 한편 창업 희망자들의 기회를 빼앗는 결과를 초래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파리바게뜨를 운영하는 SPC그룹 측도 이 같은 분위기를 인정한다. 한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는 국내 신규 출점이 제한됐기 때문에 기존 매장들의 수익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운영될 것"이라며 "기존 가맹점주들에게는 유리한 상황인 반면 신규 창업 희망자들에게는 창업 문턱이 더 높아진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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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시장에서 파리바게뜨의 매장 수는 3,200여개, 뚜레쥬르의 매장 수는 1,200여개로 신규 출점이 제한된 뚜레쥬르는 국내에서 파리바게뜨를 따라잡을 수 없다. 경쟁자가 될만한 다른 대기업들은 이미 지난해 대부분 기존 사업을 정리한데다 동반위 규제로 제과업종 진출은 가로막혀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제과점 창업 희망자들이 이전보다 더 파리바게뜨 가맹점주가 되겠다고 줄을 서는 것도 무리가 아니다.

제과업종에 이어 외식업종도 동반위의 최종 결정을 앞두고 있다. 세부 내용이 확정되면 대기업 및 유명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국내 신규 출점 및 사업 확대는 예전보다 제한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외식업에서도 창업 희망자들이 가맹점주가 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수많은 베이비부머들이 창업시장으로 쏟아져 나오기 시작하는 시점이다. 창업 희망자 입장에서는 이왕이면 더 유명하고 시스템이 갖춰진 가맹 본사를 선호하는 것이 당연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골목상권 보호라는 명분에 집착해 창업 희망자들의 희망을 가로막고 있는 것은 아닌지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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