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증시 안정책 발표-실속없는 원론적 시각만 천명

19일 주식시장에서는 정부의 증시부양대책 발표설로 한때 주가가 오르는등 혼선을 빚었다. 그러나 재정경제부가 발표한 것은 특별한 증시대책이 아니라 『기업이나 경제상황은 호전되는 만큼 투자자들이 심리적 공황에 빠지지 말고 안정을 되찾으라』는 지극히 원론적인 장관의 언급뿐이었다.과천의 재경부 직원들은 이날 경기도 일산에서 체육대회를 가졌다. 이날 증시 개장과 동시에 주가가 전날에 이어 폭락하자, 신동규(辛東奎) 공보관이 10시 30분께 李장관의 코멘트가 담긴 자료를 기자실에 들고왔다. 시장에는 증시대책이 발표된다고 알려졌지만, 실상은 증시에 대한 정부의 시각에 불과했다. 시장의 반응이 시큰둥하자 하오에는 엄낙용(嚴洛鎔)차관이 기자실에 들러 관심을 보이는등 재경부 고위관리들이 허둥거리는 모습을 보였다. 李장관의 코멘트는 뉴욕 증시가 폭락할때 미 재무장관이나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발언과 비슷한 수준과 톤을 유지했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경제수장들의 완곡한 표현이 효력을 발휘하지만, 한국에서는 먹혀들지 않았다. 한국시장은 정부를 믿지 못한다는 점을 여실히 확인해 주었다. ◇안이한 정부시각=이헌재(李憲宰)재경부장관은 19일 증시상황에 대해 『우리기업들의 호전된 내재가치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에게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지지 말라고 주문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시각은 현 주식시장 상황이 일시적인 수급불균형에 따른 단기적인 하락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뮤추얼펀드 만기연장 불허에 따른 막대한 규모의 상환물량 대기, 공적자금 투입 논란·은행 구조조정 논란에서 보여지는 현 경제팀의 혼선과 위기돌파력 부재, 미국금리인상·고유가등 해외여건 악화, 무역수지 흑자규모 축소등 거시지표 악화등을 구조적인 악재로 꼽고 있다. 금융연구원 정한영(鄭漢永)연구위원은 『투신의 부실이 어느 정도인지에 대한 불확실성과 정부 투신정책에 대한 불신이 증시불안의 핵심』이라며 『5조원 투입으로 투신정상화가 가능하다고 시장이 판단했다면 증시가 이렇게 불안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계증권사 법인영업부 관계자는 『은행부실, 투신부실의 불투명성과 정부의 금융구조조정에 대한 시장의 불신, 물가·금리·환율·무역수지등 거시경제 지표에 대한 당국의 일관되지 못한 정책기조 등이 국내외 투자자들로부터 불신을 사고 있다』고 말했다. 즉 현 상황이 정부가 이야기하듯 『기업 실적은 좋은데 심리적인 영향으로 주가가 하락하고 있다』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확실한 구조조정만이 시장신뢰 회복=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해외여건 악화와 거시지표 악화등은 우리 정부가 단기적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문제이지만 확실한 구조조정의 조기 추진등 시장에 신뢰를 줄 정책을 정부가 조속히 추진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또 여러 거시정책 조합에 대해 세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는 식이 아니라 우선순위를 둬 미국의 그린스펀과 같이 확실한 정책기조를 유지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금융연구원 鄭위원은 『투신부실을 명확히 하고 추가적인 공적자금 투입이 필요하다면 국회동의를 받아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면서 『이 과정에 정부, 금융기관, 투자자 들간의 손실분담 원칙을 확실히 하는 시장규율에 의한 구조조정을 추진해야 시장의 불투명성이 사라지면서 시장안정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의식기자ESAHN@SED.CO.KR 입력시간 2000/05/19 17:28 ◀ 이전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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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의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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