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예측가능한 경제/김인영 뉴욕 뉴파원(기자의 눈)

앨런 그린스펀 미국 연준리(FRB)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강한 톤으로 경고하면 주가가 폭락하고 약한 톤으로 걱정하면 주가가 오른다. 하루에도 수억 달러의 자금을 투자하는 브로커들로선 중앙은행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지켜보면서 투자방향을 결정한다.25일 그린스펀 의장은 2년만에 미국의 기준금리를 0·25% 포인트 인상했다. 물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라는 공식기구를 통해 단행된 금리인상이지만 이번 조치가 그린스펀이 주도한 것임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금리인상에 가장 민감한 곳이 자금시장이다. 그러나 미국 자금시장은 이날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에 충격을 받지 않았다. 금리인상 직후 주가가 오히려 뛰었고 달러 강세도 완만한 선에서 진행됐다. 중앙은행의 동태를 오랫동안 관찰해온 펀드매니저에 의해 이미 며칠 사이에 예상된 금리인상 폭 만큼의 주가및 달러 가치의 조정이 이뤄졌기 때문이다. 2년만에 이뤄진 미 중앙은행의 금리인상은 예측가능한 것이었다. 중앙은행과 이를 이끌고 있는 그린스펀은 충격요법을 싫어한다. 인플레이션을 경고하면서도 몇차례 금리인상을 유보, 뜸을 들인다음 결단을 내렸고 그것도 소폭으로 필요한 만큼 여러차례에 나눠 자금 시장의 수위를 조절할 예정이다. 미국 경제가 장기호황을 구가하면서 세기말 세계 경제를 리드하는 원인으로 정책결정자들의 예측가능한 정책 운용을 들수 있을 것 같다. 공화당 정부에서 취임한 그린스펀이 민주당 정부에서도 9년째 중앙은행을 이끌고 있는 것, 사전 조율을 거쳐 금리 인상을 하는 것 등이 사회적 합의를 존중함으로써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FRB의 금리인상을 보면서 한국 경제의 정책 결정과정을 생각해본다. 한국경제가 고금리·고임금·고지가의 구조적 문제에 시달리고 있다고들 진단하고 있지만, 이를 해결하는 과정은 깜짝쇼에 가깝다. 새벽에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하거나 어느날 갑자기 금융실명제와 금융개혁론이 터져나왔다. 신경제 정책과 경쟁력 10% 올리기 운동은 어디로 사라진지도 모르겠다. 경제를 살리자고 목청을 높이기 보다는 예측가능하게 정책을 운용하는 것이 성숙한 경제로 나아가는 길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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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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