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김나영 기자의 一日一識] <50> '장그래 보듬기' 말로만 끝나지 않길 바라며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tvN 드라마 미생. 극 중 주인공인 장그래는 비정규직의 애환을 현실감있게 나타내 많은 이의 공감을 얻었습니다.

지난 26일 “젊을 때 아르바이트로 고생하는 것을 약으로 생각하라”는 발언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은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미생이란 드라마를 보고 공감했다고 이야기했던 그이기에 이런 발언은 더욱 문제가 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김무성 대표가 뭇매를 맞았습니다. 이번에도 그의 거침없는 언변 때문이었습니다. 김 대표의 문제 발언은 지난 26일 새누리당 산하 싱크탱크인 여의도 연구원의 청년 정책 연구센터가 주최한 타운 미팅에서 나왔습니다. 그는 “젊을 때 아르바이트로 고생하는 것을 약으로 생각하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또 “악덕 업주를 알아보는 것도 당신들의 능력”이라며 부당한 대우를 받는 이유가 결국 스스로의 무능력함 때문이다 라고 해석할 만 한 오해 소지가 있는 말도 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비정규직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그 어느 때 보다 뜨거워지는 요즘 입니다. 드라마 ‘미생’ 속 장그래가 그토록 많은 사람의 공감을 불러일으킨 건 그만큼 우리 주변에 수많은 장그래가 있다는 반증일 것입니다. 그런데 뜬금없이 여당의 대표가 현실에 순응하라는 뉘앙스의 발언을 했으니 많은 이의 공분을 살 만 합니다.

한때 김 대표가 말한 대로 그는 군사 정권 시절 ‘소수’에 속했던 민주화 운동가였습니다. YS의 비서 역할을 하면서 압제 받고 있는 재야 정치인들을 다독이고 북돋우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던 현장 정치인이었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김 대표 역시 사회에서 소외받고 고통받는 사람들, 특히 근로자들의 어려움과 같은 이슈들에 대해 깊게 고민했다고 합니다. 전남방직이라는 중견 기업의 사주 일족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민주 정치와 인권 보호의 길에 투신했던 김 대표의 삶은 열정과 헌신 없이는 불가능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권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회사가 문을 닫아야 했던 권위주의 정부 시절이었습니다. 분명 김무성 대표가 실세로서 평가 받고 있는 오늘은 역사의 제단에서 희생할 줄 알았던 과거가 있었기에 가능한 측면이 있습니다. 행동하는 사람이었던 그의 모습을 아직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고, 그 역시도 과거의 궤적을 정치적 자산으로 십분 활용하고 있는 셈입니다.


그러나 지난 26일 김 대표가 한 발언은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으로써 기본적인 예의가 없는 수준의 언사라고 할 만큼 지나칩니다. 여당의 리더라면, 자신의 말로 인해 상처받을 수많은 대중들을 감정적으로 배려할 줄 알아야 합니다. 어쩌면 젊은 시절 고문을 당해가며 목숨을 걸고 인권을 위해 투쟁했던 김 대표의 입장에서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비정규직 문제로 고민하는 젊은이들의 모습은 본인의 젊은 시절과 비교한다면 다소 나약해 보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본인만의 잣대로 상황을 재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일입니다. 살아온 궤적과 경험이 다른 사람에게 ‘왜 나처럼 하지 못하느냐’고 이야기하는 것만큼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행동도 없습니다. 수많은 그리고 다양한 국민을 대변해야 하는 자리에 있는 김 대표에게서 이런 발언을 기대하지는 않았다는 점을 분명 기억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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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거센 현실에 지친 사람들, 미래에서 희망을 찾기 힘들어하는 이들까지 안을 수 있어야만 진정한 정치인이라 불릴 만합니다. 아무렇지도 않게 내뱉었던 말에 누군가는 상처 받기도 합니다. 차라리 ‘그들의 아픔에 공감합니다. 어른 세대로서 ’미안합니다‘라는 이야기가 그들에게는 훨씬 더 큰 힘이 되었을지 모릅니다.

시대가 바뀌었습니다. 도시의 모습, 기술발전뿐만 아니라 사람들의 믿음 역시 함께 변했습니다. 이제 더이상 ‘열심히 살자’는 고도성장기의 슬로건은 통하지 않습니다. 내일에 대한 희망도 옅어졌습니다. 최근 곳곳에서 터지고 있는 예측불허의 사고로 죽지만 않으면 다행이라는 생각으로 살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굳건한 마음을 가질 여유조차 없는 사람들에게 한계를 극복하라고 말하는 것은 너무 벅찬 일입니다. 국민 행복을 표방하는 정부가, 불행을 나눠 갖고 있는 국민들을 대면해야만 합니다. 이번 ‘설화’(舌禍)과 김무성 대표에게 환경과 시대의 변화를 다시 한번 조망할 수 있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희망을 말하지 않는 시대지만, 희망을 품은 정치인이 있어야만 긍정적인 변화가 생길 거란 희망을 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iluvny23@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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