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지난 2011년 민주당과 공화당이 합의한 '시퀘스터(예산 자동삭감)' 상한선을 740억달러 웃도는 3조9,900억달러(약 4,380조원) 규모의 예산안을 미 의회에 제출했다. 국방예산은 380억달러, 비국방예산은 370억달러씩 각각 증액됐다. 오바마 행정부는 앞으로 10년간 중산층과 저소득층 지원을 위해 2조1,000억달러의 재원을 마련하기로 했다. 이 가운데 1조달러는 앞으로 10년간 부유층·기업 증세로 거둬들일 계획이다.
구체적으로는 자본소득세 및 배당이익 최고세율을 현행 23.8%에서 28%로 인상하고 은행세를 신설해 앞으로 10년간 3,200억달러의 세수를 추가 확보하기로 했다. 기업 법인세율은 35%에서 28%로 7%포인트 낮추는 대신 기업 세금공제 혜택을 줄이는 방안이 제시됐다. 기업의 역외수익에도 19%의 세율을 적용해 과세하고 현재 2조1,000억달러 규모인 국외 유보금에는 14% 세율로 일회성 세금을 매긴다. 확보된 재원은 저소득층 세금 감면, 중산층 소득 증대, 대학 등록금 세금 감면, 사이버 안보, 교육기회 확대에 투입될 예정이다. 특히 도로·철도·항만 등 사회기반시설 개선 프로그램에 총 4,780억달러가 배정된 것이 눈에 띈다.
하지만 공화당은 "오바마 예산안은 의회에 오는 즉시 무덤으로 향할 것"이라고 벼르고 있어 의회 통과에 난항이 예상된다. 존 베이너 하원의장은 "오바마 대통령이 세금을 더 걷고 지출을 더 하며 워싱턴 정가를 더 경색시킬 계획을 발표했다"며 증세 기조와 정부 지출 증가를 비난했다. 공화당은 자체 예산안을 오는 4월15일 이전에 제시한다.
다만 양측의 막판 타협 가능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공화당의 상당수 의원도 저임금 근로자의 소득세 면제 확대, 인프라 확충, 법인세율 인하 등에 대해서는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또 협상에 실패했을 경우 10월 시퀘스터가 자동 발효된다는 게 양측 모두에 부담이다.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은 시퀘스터가 발효되면 각각 경제와 국방 분야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