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윤리적 덕목은 중요한 경제자원/유시열 제일은행장(로터리)

경쟁촉진이 경제전반의 낭비요소를 제거하여 국민경제 효율을 증진시킬 뿐만 아니라 부단한 기술개발, 경영합리화 등에 유인을 제공함으로써 경제체질을 강화시킨다는 사실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공산주의 몰락을 통해 시장경제체제의 우월성이 입증되고 국제적 경제전쟁이 더욱 격화됨에 따라 경제의 중요성이 다시 한번 강조되고 있다.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경쟁의 결과인 약육강식 현상만 부각되고 있는 탓인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하든 무방하다는 사고방식이 만연하고 있는 듯하다. 정직이나 신뢰 등 윤리적 덕목을 거추장스러운 것으로 치부해버리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세태의 밑바탕에는 윤리와 경쟁은 원래 상충되는 것이라는 생각이 깔려있는 듯 싶다. 자유경쟁윤리에 바탕을 둔 근대경제학의 창시자 애덤 스미스가 원래 윤리학자였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잘 알려진 대로 그가 주장하는 바는 경제주체가 이기심에 따라 자유로이 경쟁하면 보이지 않는 손은 시장기구를 통하여 국민경제전체의 부와 번영을 가져와 결국 각 경제주체들에 경제적 이득을 높여준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사회에서는 이 주장의 전제조건, 즉 시장기능의 이점은 반드시 건전한 사회제도와 윤리관이 확립되어 있어야만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이 간과되고 있다는 점이다. 건전한 사회제도와 윤리관이 확립되어 있지 못하면 경쟁은 야생동물세계에서의 생존경쟁과 다를 바 없다. 서구의 시장경제체제가 일찍부터 발달할 수 있었던 것도 프로테스탄트 윤리에 바탕을 둔 자본주의정신 때문이라는 막스 베버의 견해가 이를 잘 표현하는 것으로 그 동안 역사적으로 겪어온 경험적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 더 나아가 최근의 연구결과들은 윤리적 덕목이 아주 훌륭한 경제자원이라는 사실을 거래비용의 개념을 이용하여 밝혀내고 있다. 거래비용이란 생산의 물적 과정에서 직접 소요되는 비용을 제외한 모든 비용으로서 그 포괄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 그래서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애로 교수는 이를 「경제시스템을 가동시키는데 소요되는 제반비용」이라고까지 정의하고 있다. 정직, 성실 등 윤리적 덕목이 중시되는 사회에서는 서로의 도리를 제대로 지킴에 따라 신뢰를 형성할 수 있기 때문에 상호불신과 갈등이 초래하는 엄청난 거래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훌륭한 경제자원이라는 것이다. 단적인 예로 신용경제의 근간인 화폐나 수표를 신뢰하지 못할 때의 사회적 비용이나, 은행대출에 있어 신용대출이 아닌 담보대출시 추가로 소요되는 제 경비와 시간적 낭비가 모두 거래비용인데 서로 신뢰할 수 있는 사회에서는 이러한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 것이다. 경제체질을 튼튼히 하고 국제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도 윤리정신의 고양이 매우 절실한 시점에 우리는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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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시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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