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ㆍ벤처업계에 인수합병(M&A)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상당수 중소업체들이 경기부진과 경쟁심화에 따른 마진 악화로 어려운 지경으로 내몰리고 있는 가운데 최근 M&A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할 만한 몇몇 사례가 알려졌기 때문이다. 바로 DMB 관련 칩을 만드는 인티그런트가 미국 기업인 아나로그디바이스에, 검색업체인 첫눈이 NHN에 고가로 팔려 주위를 놀라게 했다.
일부에서는 이들 신생 벤처가 너무 쉽게 ‘골리앗’에 백기투항한 게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지만 적정한 때에 기업가치를 후하게 받아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를 살리게 됐다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특히 경영권에 대한 집착이 유별난 국내 풍토에서 나온 성과라 업계의 관심도는 더욱 높았다.
사실 국내 중소업체의 현실은 바람 앞의 등불에 가깝다.
위로는 대기업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을 이겨내야 하고, 밑으로는 서로 발목을 잡으려는 숱한 경쟁자들을 따돌려야 한다. 국내에서도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어떤 업종이 유망하다고 하면 너도나도 몰리는 탓에 업체간 제살깎기 경쟁이 만연돼 있다. 기술적 진보로 블루오션이던 시장이 순식간에 레드오션으로 변하기도 한다.
달리 보면 M&A 수요가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 같다.
최근 만난 대형 벤처캐피털의 한 관계자는 “오너가 M&A 이후 시너지를 확신하더라도 경영권 집착 때문에 결정을 미적거려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적지않다”고 지적했다. M&A도 기술적 트렌드나 시장의 성숙도에 따라 가장 좋은 타이밍이 있는데 그 때를 놓치면 기업의 생존도 난관에 부딪친다는 뼈 있는 충고였다.
올들어 휴대폰 부품 및 MP3플레이어 관련 업체 가운데 일부는 최악의 시장 상황에 직면해 생존까지 위협받고 있다.
유망하다고 평가받던 팹리스업계(반도체칩 설계 전문 기업) 역시 업체 난립으로 수익성 악화에 시달리고 있는 형편이다. 이 때문인지 M&A 시도가 물밑에서 부글거리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소문도 심심찮게 오간다. 이래 저래 올해는 M&A가 중소기업의 중요한 성장 전략으로 평가받는 한해가 될 것이란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