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 금융 경제·금융일반

NISA 적극 홍보로 1조엔 유치… 한국 소장펀드 부진과 대조

■ 자본시장 활성화 나선 일본 가보니

"세수보다 투자 활성화가 우선" 日정부 팔걷어 붙여 꾸준히 성장

한국도 제도 보완 적극 나서야

NISA와 소득공제장기펀드 비교


일본 젊은이들의 메카 신주쿠 거리. 버스정류장, 은행 건물, 지하철역 등 사람이 붐빌 만한 곳에는 어김없이 NISA(Nippon Individual Savings Account) 광고가 이목을 끈다. NISA는 한국의 소득공제장기펀드와 비슷한 형태의 소액투자비과세제도다. 곳곳에서 소비자에게 어필하는 NISA 광고를 통해 일본 정부가 얼마나 이 제도 정착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지 엿볼 수 있다.

일본 정부는 현금 및 은행 예금에 묶여 있는 막대한 개인 자산을 투자시장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적극 나서고 있다. 아베노믹스로 불리는 일본 경제부흥 정책의 성패는 1,600조엔에 달하는 막대한 개인 자산이 얼마나 투자자산으로 흘러들어 가느냐에 따라 달렸기 때문이다. 저축에서 투자로, 다시 자본시장에서 경기 활성화까지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기 위해 일본 정부가 빼어든 카드가 NISA다. NISA는 올해 1월부터 일본에서 영국의 개인저축계좌(ISA)를 본떠 만든 제도로 연간 100만엔(약 1,000만원)까지 상장주식 및 공모주식 투자신탁에서 발생한 양도차익과 배당수익이 비과세된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에 NISA는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지난 6월23일 일본 금융청은 3월 말 기준 NISA 총 계좌 수는 650만계좌라고 발표했다. NISA 시작 3개월 만에 이 계좌로 들어온 자금은 1조엔을 넘어섰다. 이 중 상장주식이 36.3%, 투자신탁이 61.9%, 상장지수펀드(ETF)와 리츠가 각각 0.9%를 차지했다. 일본 증시의 주식순매수 금액의 3분의1이 NISA를 통한 자금이라는 조사도 나오고 있는 등 일본 정부가 원하는 대로 저축에 묶여 있던 개인 자산이 투자시장으로 조금씩 넘어오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일본은 1월 기준 전체금융자산의 56%가 현금예금이고 투자신탁은 7%에 그쳤다.

시장 기대를 충족한 NISA는 일본 정부와 금융산업 전반의 전폭적인 지지 아래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도모 스미다 노무라에셋매니지먼트 NISA 프로젝트 연구원은 "일본 정부의 목표는 NISA가 2020년까지 25조엔을 달성하는 것"이라면서 "NISA를 통해 처음 투자를 경험해본 사람이 전체의 10%밖에 되지 않는 점을 감안하면 NISA를 활용한 새로운 투자자가 더욱 많아질 것이고 이 추세라면 정부가 예상한 목표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과제도 남아 있다. NISA 계좌 중 60대 이상 고령자의 비중이 61%를 차지하고 있는 반면 20~30대는 10% 정도에 그쳤다. 당초 일본 정부가 원했던 투자를 접해보지 못했던 젊은 세대의 투자유도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었다. 일본 정부는 신주쿠 거리에서 수많은 NISA 광고판을 스쳐 지나가며 무관심했던 일본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여러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중 가장 유력시되고 있는 방안은 '주니어 NISA' 도입이다.

관련기사



도모 연구원은 "젊은층의 장기간 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현재 최대 10년으로 한정돼 있는 비과세 기간을 늘려야 한다"면서 "정부가 투자에 대한 조기 교육을 통한 투자 저변 확대를 위해 20세 미만을 대상으로 한 '주니어 NISA'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금융청 관계자도 "NISA를 통해 젊은층의 투자를 유도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큰 효과가 없었다"면서 "증권사들도 월 5만엔에서 6만엔 정도 소액투자할 수 있는 상품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최근 일본 재무성 고위 관료가 NISA의 비과세 투자 범위를 2배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하는 등 일본 정부는 보완책에 마련을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반면 도입 3개월 가까이 된 소장펀드는 NISA와 달리 기대만큼 흥행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당초 NISA와 같은 서민층 목돈마련과 자본시장 수요기반 강화를 목적으로 등장한 소장펀드는 총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자로 제한을 두면서 외면을 받고 있다. 당장 5,000만원이 넘는 근로자는 가입이 불가능한데다 5,000만원 이하 근로자는 20~30대로 결혼 등으로 목돈이 많이 들어 5년 이상의 장기 투자가 어렵기 때문이다. 금융 업계에서는 소득규정을 완화해달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지만 아직 어떠한 대책도 나오지 않고 있다.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이며 당장의 세수 부족보다는 투자 활성화를 우선순위로 두고 총력을 쏟는 일본 정부와 달리 국내에서는 연말이 되면 가입자 수가 늘어날 거라는 기대만 품은 채 손을 놓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국도 중산층의 재산형성 지원에 초점을 맞춰 비과세 재형저축(펀드)이나 소장펀드 등이 도입되고 있지만 일본의 사례를 감안할 때 자본시장 활성화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노현섭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