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오늘의 경제소사/ 6월 18일] <1726> 인간 컴퓨터


곱하기 문제가 하나 있다. '7조6,863억6,977만4,870 곱하기 2조4,650억9,974만5,779, 정답은 얼마인가?' 휴대용 계산기의 숫자를 누르는 데 걸린 시간이 25초. 답은 나오지 않았다. 자리가 부족해서다. 컴퓨터 보조프로그램에 내장된 계산기를 두드리니 시간이 좀 더 소요됐지만 답이 나왔다. 189해4,766경8,177조9,954억6,277만3,730. 컴퓨터에 의존하지 않고 암산으로 이 문제를 풀어낸 사람이 있다. 인도의 여류 수학자 샤쿤탈라 데비(Shakuntala Devi)는 1980년 6월18일 영국 런던 임페리얼대 컴퓨터공학과에서 이 문제의 정답을 암산으로 정확하게 계산해냈다. 소요시간은 단 28초. 데비는 세계에서 암산이 가장 빠른 사람으로 기네스북에 올랐다. 수학의 대가들이 많다는 인도에서도 데비는 일찍부터 주목 받았다. 1939년에 태어나 세 살부터 본격적으로 수학을 익혀 여섯 살에 대학생들과 같이 배운 그는 성인이 된 뒤에도 천재성을 잃지 않고 수없이 많은 진기록을 남기며 '인간 컴퓨터'로 불렸다. 수학을 잘할 수 있는 비결을 무엇일까. 데비의 말을 들어보자. '자녀들에게 19단 외우기 따위 등을 강요하지 마라. 모든 아이의 머릿속에는 천재의 씨앗이 잠들어 있다. 생활 속에서 수학을 발견하고 좋아하도록 만든다면 무한한 잠재력이 발현되기 마련이다.' 마치 한국 부모들을 위한 컨설팅 같은 데비의 조언이 와 닿는다. 사원들에게 목표를 강요하기보다 신명 나게 일할 수 있는 환경과 분위기를 조성하라는 충고로도 들린다. 일상의 모든 것을 산식으로 생각하고 표현했던 데비의 생활방정식 가운데 눈에 들어오는 게 하나 있다. 'D+A=R'. '꿈(dream)과 실행(action)이 합쳐지면 현실(reality)이 된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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