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시기 놓친다" 월말께 조성논의

추가공적자금 조성시기.규모정부가 쉬쉬하던 공적자금 부분에 대해 본격적으로 거론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벙어리 냉가슴 앓듯하다가는 2차 구조조정을 실기(失機)할 수 있으며 이를 위해서는 「돈문제」가 우선 해결돼야 한다는 판단때문. 물론 아직까지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대한 공식적인 언급은 없다. 그러나 재원이 바닥난 상황에서 뻔한 투입규모를 놓고 마냥 끌 수만은 없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차라리 공적자금 추가조성의 필요성을 조기에 알리고 신속한 2차 구조조정에 나서겠다는 복안인 셈. ◇공적자금 추가투입규모=정확한 추가투입규모는 추산하기 힘들다. 단지 구조조정의 거시적 틀과 부실 금융기관의 공적자금 필요금액을 놓고 추정할 따름이다. 현 상황에서 금융시장과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추가투입금액은 15조~20조원 규모. 하반기 금융구조조정에 거세게 몰아칠 경우 30조원까지 이를 수 있다는 예측도 나온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도 『15조원 이상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금감위 관계자는 『도이체방크의 정확한 기업가치 판단이 나와야 겠지만 1조~2조원 규모의 부실정리용 자금투입은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설명했다. 서울보증보험도 막대한 세금이 필요한 곳. 대우부분 처리를 위해 지난달 15일 7,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데 이어 내년까지 5조3,000억원 규모의 공적자금이 추가로 필요하며 투입금이 커질 수 있다. 나라종금의 경우 종금사상 최대규모인 3조4,000억원 규모의 예금대지급 금액이 소요될 전망이다. 대한생명의 경우 아직 정부측에서는 추가투입에 대해 냉담하지만 대생은 이미 조기 지급여력비율 확충을 위해 1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투입을 요청한 상황. 상황에 따라 투입도 고려할 수 있다는 게 금감위 관계자의 설명이다. 이밖에 제일은행의 추가부실여신에 대한 뉴브리지의 풋백옵션 요구, 한국투신과 대한투신의 펀드 클린화 및 대우채 손실부분 등에도 적지 않은 금액이 들어갈 전망이다. 보험권 구조조정에도 지난달 29일 국민·태평양생명에 578억원이 들어간 데 이어 한덕생명에도 600억원 규모를 더 집어넣어야 한다. 서민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이 본격화되면 퇴출사들의 예금대지급에도 녹록치 않은 세금투입이 예상되는 등 곳곳에 「세금먹는 하마」들이 대기중이다. ◇차차리 일찍 매를 맞자=정부가 1차 구조조정을 위해 조성한 64조원은 이미 바닥난 지 오래. 그나마 자산관리공사가 부실채권을 팔아 회수한 9조원 규모와 예금보험공사가 갖고 있는 수천억원 규모의 자금뿐이다. 나라종금의 경우 대지급 재원이 없어 대지급일을 늦추기도 했다. 그렇다면 답은 하나. 국민에게 현 상황을 투명하게 알리는 일뿐이다. 미적미적거릴수록 투입해야 할 금액만 늘어날 것이라는 점을 정부는 알고 있다. 금감위 관계자는 『이르면 이달 말부터 공적자금 추가조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지 않겠느냐』고 내다봤다. 외부에서 추가조성 필요성에 대한 언급이 대신 있어 주길 바라는 기운도 감지된다. 정부는 공적자금 투입규모와 시기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2차 구조조정에 본격 나선다는 방침. 정부의 또다른 관계자는 『금융개혁은 결국 돈문제』라고 밝혔다. 1차 기업개혁이 마무리됐지만 대우에 대한 신규지원과 시가평가제, 예금보험료율 차등화 등으로 금융기관의 부실누적이 뻔히 보이는 상황에서 공적자금 추가조성 문제를 마냥 쉬쉬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여하튼 정부가 이같은 방침을 세움에 따라 2차 구조조정의 속도는 예상보다 빨라질 전망이다. 정부 관계자는 『시장에서 예상하는 것보다 앞당겨질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가 돌아오는 임시국회에 금융지주회사법을 올리기로 한 것도 같은 맥락. 2차 금융구조조정의 핵심화두가 될 우량은행간 합병 금융지주회사를 통한 짝짓기 중소보험사 퇴출 및 합병작업 시가평가제와 투신권 구조조정 등 그동안 어중간한 상태에서 미뤄져 왔던 2차 금융개혁과제 등이 쉴새없이 진행될 전망이다. 김영기기자YGKIM@SED.CO.KR 입력시간 2000/04/14 1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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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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