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외칼럼

[발언대] 민간의료보험 도입 아직 이르다

연초부터, 대통령의 신년연설을 비롯해 경제부처에서는 각종 의료 관련 정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물론 그 핵심은 의료시장 개방이다. 우리가 우려하는 바는 정부 정책대로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되고 영리의료법인이 허용되면 의료시장이 급격하게 재편된다는 점이다. 민간보험사들은 의료보험 상품을 유명 홈쇼핑업체 등을 통해 대대적으로 판매하는데 민간의료보험 가입률은 계속 증가 추세라고 한다. 국민건강보험이 큰 병에 대한 보장성이 낮은 것이 국민들이 또 다른 의료보험을 들게 하는 원인일 것이다. 더구나 올 하반기 판매가 예상되는 실손형 민간의료보험 상품에 가입하면 본인이 부담하는 진료비용이 보전되므로 사치성 의료 이용이 급증하게 될 것이다. 이는 도덕적 해이로 이어져 전국민의 의료비용 부담만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 측면에서도 단체보험 가입압박으로 인한 인건비 부담으로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게 된다. 델파이와 GM이 겪은 경영압박은 과다한 의료비 부담이 한 원인이 됐다. 결국 의료서비스의 가격인상과 과잉이용은 정부지출을 점차 증가시킬 것이며 총체적인 국가 경제위기를 초래할 가능성도 있다. 더 큰 문제는 국가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이 아직 선진국만큼 보장성이 충분하지 않은데도 민간의료보험이 도입된다면 부유층은 민간의료보험에 가입해 고품위 진료를 받고 서민들은 현 수준의 진료에 묶이게 돼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지 않겠는가. 가난한 서민들이 병원비가 없어서 치료를 제때 못 받아 죽어가는 것을 해결하고자 함이 공적 건강보험의 시행 취지일진대 국민건강보험 하나만으로도 충분한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 만큼 보장성이 강화될 때까지 민간의료보험 도입은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 OECD도 지금까지 각국의 민간의료보험은 공공의료비 지출과 국민의료비 지출을 증가시키고 있다는 입장을 보이며 민간의료보험이 환자 본인부담 전액을 보장해주는 것을 법률로 금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정부는 서민들의 경제능력이 향상되고 건강보험의 보장성이 선진국 수준으로 확대되기까지 의료시장의 개방 시기를 늦추고 공공의료기관의 저변 확대에 주력해 서민들의 주머니에서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것을 막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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