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박근혜에 날 세운 '동창-옛 좌장'

정몽준 "신공항 발언은 무책임·위선적"<br>김무성도 "공인, 자극적 말 안돼" 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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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등학교 동창인 테니스 친구와 곁에 두고 아낀 좌장'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에게 정몽준 전 대표와 김무성 원내대표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람일 듯하다. 한때 박 전 대표와 한길을 걸으려 했지만 이제는 한지붕 아래에서 날을 세우는 사이가 됐기 때문이다. 세 사람의 역사는 영원한 적도 동지도 없는 현실정치의 단면을 보여준다. ◇동창에서 경쟁자로=박 전 대표와 정 전 대표는 서울 장충초등학교 동기동창이다. 다만 초등학교 시절에는 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20대에는 가끔 동창모임에서 만나 테니스를 치곤 했다. 정치입문은 정 전 대표가 10년 선배다. 두 사람이 비껴가듯 만난 것은 2007년 대선 때다. 정 전 대표는 한나라당에 입당해 이명박 당시 대통령 후보를 지지했다. 두 사람이 가장 친밀한 장면을 보여준 것은 정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은 직후인 2009년 9월 19일. 정 전 대표는 국회 의정관의 카페로 박 전 대표를 초대해 재보선 지원을 요청했다. 그러나 박 전 대표는 "지금 당에서 잘하고 계시다"며 거절해 두 사람의 관계가 쉽지 않음을 예상케 했다. 지난해 2월 두 사람은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고수 입장을 놓고 충돌했다. 정 전 대표는 "박 전 대표는 원안이 좋고 꼭 필요하다는 입장이 아닐 것"이라고 해석했고 이에 박 전 대표는 "너무 기가 막히고 엉뚱한 이야기"라며 불쾌해했다. 이 시점부터 정 전 대표가 압도적인 대선주자로 꼽히는 박 전 대표를 견제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3월 31일 동남권 신공항 백지화에 반대한 박 전 대표에게 정 전 대표는 1일 공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그는 "신공항 문제에 대한 박 전 대표의 언급은 무책임하고 위선적인 태도라고 본다"면서 "속으로는 철저하게 표 계산을 하면서 국민에 대한 신뢰로 포장하는 것은 위선"이라고 질타했다. 부딪치며 강해지려는 정 전 대표의 전략에 박 전대표는 아직 침묵하고 있다. ◇한배에서 다른 배로=박 전 대표와 김 원내대표의 관계는 정 전 대표와의 인연보다 훨씬 강한 동지애로 맺어졌다. 두 사람이 주군과 충신 관계가 된 것은 2004년 당 대표와 사무총장이 되면서다. 김 원내대표의 부친이 5ㆍ16 군사 쿠데타로 여당 원내총무에서 쫓겨난 과거는 문제되지 않았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김 원내대표는 박근혜 대통령 만들기에 전력했고 박 전 대표는 그에게 사실상 계파 '좌장' 자리를 맡겼다. 친이명박계가 주도한 2008년 18대 총선 공천 때 김 원내대표가 탈락한 것은 역설적으로 그가 박 전 대표 사람임을 증명한 것이었다. 친박계 무소속 연대로 금배지를 단 그는 적어도 2009년 초반까지 박 전 대표의 친위대임을 자처했다. 2009년 6월 친이계의 원내대표 추대 움직임에 화답하려던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러나 당내 친이ㆍ친박계 간 갈등이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해 5월 김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자리에 앉았다. 이후부터 두 사람은 결별수순을 밟았다. 김 원내대표는 박 전 대표의 세종시 원안 고수에 대해 "섭섭하고 안타깝다"고 했다. 이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박 전 대표에게 "민주주의에 대한 개념과 사고의 유연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박 전 대표 역시 "친박계에 좌장은 없다"는 말로 그를 탈퇴시켰다. 김 원내대표는 동남권 신공항과 관련해 "공인은 나라를 위한 일인데 자기 주장과 맞지 않는다고 해도 자극적인 말로 맞설 게 아니라 논란의 중심에서 한발 떨어지는 게 중요하다"고 박 전 대표를 에둘러 꼬집었다. 각각 원칙과 현실로 무장한 두 사람은 서로를 가장 잘 보완할 존재지만 결국 태생적 차이를 극복하지 못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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