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21세기 한국패션산업/공석붕 패션협회장(기고)

◎“패션은 사치 고루한 개념서 탈피 고부가 산업으로 새로운 인식을”의류를 수출하고도 「봉제품」수출이라는 범주에 넣어버리던 시절이 있었다. 상품수출의 주도적 역할을 담당하던 섬유산업중에서도 60%를 차지하던 의류수출에 붙여진 이름이다. 패션이라는 소프트웨어적인 인식수준이 얼마나 낮았는지를 나타내는 일례다. 모든 상품이 패션상품이어야 하고, 모든 비즈니스가 패션 비즈니스여야 하며, 모든 시스템이 패션 시스템이어야 한다는 선진국들과의 패션사회적 감각과 비교할 때 우리는 한참 뒤져있다는 느낌이 든다. 패션이란 사치스러운 것, 경망스러운 것 등 고루한 개념에서 비롯된 부정적 인식은 근 20년동안 섬유산업을 하드웨어 중심으로 발전시켜 왔다. 결국 소프트웨어가 뒷받침되지 못한 채 단지 소품종 대량생산 체제로 흘러온 것이다. 따라서 90년대 들어서면서는 재편성의 어려움이 따랐다. 그러나 늦기는 했어도 패션은 고부가가치 산업, 지식집약 산업, 감성산업, 정보화산업 등 그 특성이 새롭게 인식되면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되기 시작했다. 특히 「소 닭 보듯」하던 언론 매체도 많은 지면과 공간을 할애하면서 의류업을 패션산업이라는 소프트웨어적 개념의 새로운 산업으로 인식하기에 이르렀다. 이에따라 어려운 경제여건에서도 패션산업은 새로운 도약을 위해 기운찬 활동이 전개됐다. 비록 패션의 역사적 배경은 짧고 주변환경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90년대 들어서면서 해외진출 시도도 본격적으로 이루어졌다. 그 결과 몇몇 브랜드는 해외에 정착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하기도 했다. 또 패션의 세계적 발신기지 도약을 위해 탄생된 「서울컬렉션」은 이제 세계 유명 패션지에 선진국의 그것과 나란히 게재될 정도로 그 위상이 높아졌다. 그러나 국내패션이 탄탄대로를 달리고 있다고 성급히 진단을 내릴 수는 없다. 우선 무역장벽이 없어지면서 더이상 국내의 패션으로만 보호받을 수 없게 됐다. 국내시장이 해외 유명브랜드의 각축시장이 되버린 것이다. 또 아직 1백80억달러 수출에 50억달러 수입으로 섬유류 무역에서 흑자를 내는 효자산업 이야기를 듣지만 수입자유화조치 이후 매년 40%정도씩 증가하는 패션제품 수입동향을 보면 언제 적자국이 될지 모른다. 따라서 21세기를 향하는 우리 패션산업의 갈길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은 기본조건이 먼저 해결되어야만 한다. 첫째, 패션인프라의 확장이다. 패션발전을 가속화시킬 수 있는 패션환경의 조성운동이 절실히 필요하다. 기본조건, 수요조건, 기업조건, 관련산업조건등 마이클 포터교수의 「국가경쟁력」요건의 틀은 갖추어져 있다고 하나 감성위주의 주변환경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게 쌓여있다. 둘째, 의생활 문화가 변화되야 한다. 이제 우리도 선진국 국민답게 때와 장소와 경우에 따라 옷을 입어낼 줄 아는 문화가 요구된다. 이는 가정 학교 사회교육을 통해 꾸준히 추진하면 쉽게 달성할 수 있다고 본다. 많은 사람들이 21세기는 태평양 시대라고 말한다. 이는 한국이 위대한 동북아의 핵심으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말로도 통한다. 우리는 고도한 교육수준, 뛰어난 손재주, 우수한 감성, 명석한 두뇌에다 패션의 필수요건인 4계절도 갖고 있다. 패션산업의 새로운 국제질서를 이끌어갈 수 있는 기본적인 자질과 조건을 갖추고 있는 것이다. 이제까지 패션이 서양의 문화에 바탕을 두고 있었다면 앞으로의 1천년은 동양의 유적과 문화유산에서 새로운 패션의 씨앗이 싹트고 자라날 것으로 기대해본다. 끊임없는 사회적 정책적인 뒷받침이 보장된다면 우리나라 패션산업의 장래는 무한히 밝다. 그래서 우리의 구호를 「새로운 천년은 동방에서」라고 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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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석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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