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운찬 새 국무총리 내정자가 ‘9ㆍ3개각’에서 각료 임명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했는지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대통령에게 국무위원을 임명해달라고 요청하는 각료 제청권은 국무총리의 고유 권한 가운데 하나다.
헌법 제87조 제1항에는 “국무위원은 국무총리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한다”고 돼 있다. 대통령이 국무위원을 임명할 때 인사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견제하기 위한 조항이다.
총리에게 각료 제청권을 부여한 것은 행정 각부의 통할권을 가지고 있는 총리가 자신과 함께 일할 국무위원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려는 취지다. 총리의 행정 각부 통할권은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 제86조 2항은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며 행정에 관해 대통령의 명을 받아 행정각부를 통할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 총리 내정자도 이번 개각에서 당연히 헌법상 장관 임명제청권을 갖는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3일 “개각명단이 확정된 것은 어제 오후였고 직후에 정 내정자가 최종 수락의사를 밝힌 것으로 안다”면서 “그동안 꾸준히 인사와 정무라인을 통해 의사를 타진해왔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 대통령은 개각 발표를 앞두고 이날 오전 청와대 본관에서 정운찬 내정자를 만났다고 청와대의 다른 관계자가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할 때 정 내정자는 이날 오전 이 대통령을 만나 장관 임명 제청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이번에 입각한 4명의 각료 내정자 가운데 백희영 여성부 장관 내정자 정도가 정 내정자의 제청 대상이 아니었겠느냐는 관측이 나온다. 정 내정자가 서울대 총장을 지낸 만큼 서울대 교수인 백 장관 내정자를 추천했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 총리 내정자가 오랫동안 학계에 남아 있었던 만큼 정치권과 군ㆍ검찰 출신 인사로 이번에 입각한 다른 장관 내정자와 특별한 인맥을 형성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정 총리 내정자가 과거처럼 각료 제청권을 제대로 행사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인사 검증이 필요한 장관 내정자를 개각 발표 당일 추천 받아 검증을 거친 뒤 발표하는 게 가능하겠느냐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역대 국무총리 가운데 실질적으로 국무위원제청권을 행사한 예는 거의 없다. 대부분 국무총리의 제청이 없이 대통령이 단독으로 임명하고 국무총리는 임명된 국무위원 명단을 통보 받는 식으로 국무위원 임명이 이뤄졌다. 이에 따라 국무위원 제청권은 사실상 사문화(死文化)된 규정에 지나지 않는다고 꼬집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