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내칼럼

[기자의 눈] 수능 원·구분점수라도 공개를

매년 11월 중순이면 50만명이 넘는 전국의 학생들이 일제히 똑같은 시험을 보는 나라가 있다. 고등학교 3년간 갈고닦은 실력을 이날 하루 동안 펼쳐보여야 하기 때문에 이날만 되면 전국에 초비상이 걸린다. 시험지 수송을 위해 경찰이 동원되고 듣기평가가 시행되는 시간에는 비행기의 이ㆍ착륙까지 통제된다. 그야말로 ‘해외토픽’감인 이 같은 시험을 치르는 나라는 바로 우리나라다. 학생들의 운명을 좌우할 정도로 중요시되는 시험이기에 올해도 이처럼 난리법석을 떨면서 시행됐지만 막상 성적표를 받아 든 수험생 사이에서는 이번 수능시험이 부당하다며 그대로 결과를 받아들이기 억울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일부 수험생과 학부모들은 이번 수능과 관련, 행정소송 및 위헌소송까지 벌이겠다고 나섰다. 올해 처음으로 도입된 등급제 수능으로 인해 원점수가 같아도 등급이 달라지거나 심지어 원점수의 총점이 높은 학생의 평균등급이 더 낮아지는 왜곡 현상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수능 점수에 따라 전국의 수험생이 줄서기를 해 1점 차이로 희비가 엇갈리는 폐해를 차단하기 위해 수능 등급제를 도입했다고 하지만 오히려 1점이 더 높은데도 등급이 뒤바뀌는 더 큰 문제를 낳게 됐다. 수험생들은 수능의 원점수와 등급을 나누는 구분점수(커트라인)를 공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교육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점수 공개는 등급제의 취지를 무시한 것이라며 이를 거부하고 있다. 심지어 채점 프로그램이 등급만 부여하게 돼 있기 때문에 사실상 공개가 불가능하다는 얘기만 반복하고 있다. 수능 등급제의 부당성 및 문제점은 사실 오래전부터 제기돼왔다. 하지만 교육 당국은 이 같은 지적에 대해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결국 지금과 같은 혼란을 초래했으며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노력도 하지 않고 있다. 지금이라도 교육부는 원점수 및 구분점수라도 공개를 해야 한다. 모든 국민을 만족시키는 정책을 펼칠 수는 없더라도 최소한 대다수의 국민이 반발하는 정책은 하루빨리 수정해야 하지 않겠는가.

관련기사



노희영 기자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더보기
더보기





top버튼
팝업창 닫기
글자크기 설정
팝업창 닫기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