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중순 시속 270km의 속도로 질주하는 고속철도 KTX 객차 안. 서울을 벗어나자 차창 밖으로는 누런 가을들녘이 눈이 어지러울 만큼 빠른 속도로 스쳐 지나간다. 목적지인 대전까지는 30분 가량 남았다. 대다수 승객들이 신문이나 잡지를 뒤적이거나 무료한 표정으로 창 밖만 바라본다. 하지만 ‘모바일 강국’ 한국에서 그렇게 평범하게 기차 여행을 한다면 너무 아쉽다. 일단 인터넷을 켜보자. 이럴 때를 대비해 노트북에 모뎀을 꼽아 무선인터넷을 즐길 수 있는 초고속이동통신(HSDPA)을 준비해 오지 않았던가. SKT가 지난달부터 내놓은 USB 형태의 모뎀을 노트북에 꽂자 엄청난 속도로 달리는 KTX안에서도 무선 인터넷이 잡힌다. HSDPA 툴바(tool bar)에 따르면 현재 접속 속도는 240Kbps. HSDPA의 이상적인 최고 속도가 1.2Mbps인 점을 고려하면 상당히 떨어진다. 실제로 사용할 때의 접속 속도는 다소 낮다. 하지만 포털의 메인페이지에 올라 와 있는 각종 뉴스 제목을 클릭하자 곧바로 해당 콘텐츠가 나타난다. 사이트 여기 저기를 둘러봐도 일반 가정이나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ADSL급의 인터넷 속도와 비교했을 때 큰 불편함을 느끼지 못할 정도다. 내친 김에 이메일도 확인해 본다. 인터넷 창이 바뀌는 속도가 다소 늦기 때문에 유선 초고속 인터넷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로서는 약간의 인내심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휴대폰이 터지는 지역이라면 전국 어디서든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다는 매력은 정말 황홀할 정도다. HSDPA서비스를 위한 USB형 모뎀의 가격은 원래 25만원대. 하지만 이통사에서 20만원 내외의 보조금을 지원하기 때문에 5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월 2만9,900원(3만9,900원)으로 최대 1GB(2GB)의 용량까지 사용할 수 있는 요금제에 가입해야만 HSDPA를 사용할 수 있다. 현재 노트북용 HSDPA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SKT에 따르면 현재 노트북에 HSDPA 모뎀을 꼽아 사용하는 ‘T로그인’ 서비스에 가입한 사람은 서비스 출시 한 달 만에 1만여명으로 늘어났다. 제법 빠른 속도로 가입자가 증가하고 있는 셈이다. HSDPA 휴대폰은 이동전화를 함께 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노트북용 HSDPA는 무선인터넷을 유선인터넷처럼 자유롭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다. 5~6분 정도 무선인터넷을 즐기고 있을 즈음 갑자기 인터넷이 뚝 끊어진다. 하지만 몇 초 후 곧바로 자동으로 다시 연결된다. KTX에서 T로그인을 즐기는 약 40분동안 2~3차례의 끊김 현상이 발생했다. 아직까지 서비스가 상용화된 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안정성은 좀 더 보완해야 할 것으로 지적된다. 잠시 후 메신저를 통해 친구가 말을 걸어 온다. 30MB짜리 동영상 파일을 보내주겠다고 한다. KTX에서 메신저를 통해 동영상 파일을 받을 수 있다니…. 이 얼마나 멋진 일인가. 하지만 파일을 받는 속도는 거북이 걸음이다. 한참을 지나도 파일 다운로드가 완료될 기미가 없다. 결국 대용량의 파일을 올리고 내려 받는 일은 무리라는 판단에 다운로드 ‘취소’를 눌렀다. 현재 SKT의 HSDPA망은 전국 48개 시와 고속도로, 철로 구역에서 서비스된다. 시 외곽지역이나 농어촌 등지에서는 HSDPA보다 속도가 떨어지는 2.5세대 이동통신망 EVDO로 무선인터넷이 연결된다. 현재 기술적으로 구현되는 HSDPA의 이상적인 속도는 1.2Mbps다. 하지만 일상적으로 우리가 즐길 수 있는 현실적인 속도는 아직까지 200~400Kbps에 불과한 상황이다. HSDPA의 경쟁서비스로 불리는 휴대인터넷(와이브로)의 경우 아직까지 서비스 지역이 서울시내 일부로 제한돼 있고, 실제 속도가 2M~3.5Mbps에 달하는 점에 비춰볼 때 속도의 업그레이드가 필요한 셈이다. 현재 HSDPA는 전용 휴대폰과 모뎀을 꽂은 노트북으로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조만간 HSDPA 모뎀을 내장한 노트북과 휴대용 멀티미디어 기기(PMP)도 등장할 전망이다. 깔끔한 스타일의 HSDPA 단말기를 원하는 사람이면 약간의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봐도 괜찮을 듯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