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원샷법 적용 기준을 촘촘히 짜는 이유는 간단하다. 상법과 공정거래법·세법 등 경제 관련 법 체계를 흔들 정도로 특례조항을 총결합해야 하기 때문에 '특혜' 시비에 휘말릴 경우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특히 자율 빅딜을 촉진하기 위한 특별법이 대기업의 변칙적인 지배구조 및 승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지적에 정부는 적잖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혜 프레임에 갇힌다면 반도체·디스플레이·자동차·조선·철강 등 세계적인 공급과잉으로 채산성이 낮아진 주력산업의 구조개혁은 시동도 걸기 전에 무산될 수밖에 없다. 서비스산업기본법이 건강보험의 근간을 흔든다는 논란에 휩싸여 3년째 국회에서 방치되는 사태는 피해야 한다는 게 정부의 시각이다.
이번에 마련되는 원샷법에는 기업의 원활한 인수합병(M&A)을 위한 법적 절차 간소화와 세제·금융상 지원책 등 재계의 요구사항이 총망라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오는 27일 서울 남대문로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원샷법 관련 공청회를 열어 여론 수렴 과정을 거쳐 최종안을 확정할 방침이다.
지원책에는 파격적인 조치가 담길 것으로 전망된다. 일단 공정거래법상 규제부터 완화된다. 재계는 손자회사에 대한 자회사의 공동출자 허용과 하위 계열사에 대한 의무 지분보유율 완화를 요청했다. 당국은 재계의 요구는 받아주되 구체적인 내용에 있어서는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받아주기로 가닥을 잡았다. 세제 및 금융지원책도 담긴다. 기업의 M&A 비용 부담을 덜기 위해 취득·등록세를 절반 이하로 줄여주는 한편 수도권 지역에 적용되던 취득·등록세 중과도 적용하지 않는 방안이 공청회에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법인의 등록세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들고 과세 특례 요건도 넓어진다.
상법상 M&A 절차와 요건이 완화된다. 지난해 9월 삼성중공업과 삼성엔지니어링의 합병을 무산시켰던 주식매수청구권제도가 핵심이다. 앞서 재계는 상장회사의 주식매수청구권은 제한하되 소수 주주의 보호가 어려운 비상장사에 한해 현행 틀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건의문을 전달했지만 상법을 관장하는 법무부가 난색을 표해 귀추가 주목된다.
정부의 가장 큰 고민은 이처럼 특례가 담기는 만큼 특혜 시비가 일 수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혜택을 받기 위해 기업이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를 세밀하게 고안하기로 했다. 일본과 같이 지원 범주를 M&A 유형별로만 구분하는 것이 아니라 업종·기업규모별 등으로 세분화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또 각 구분에 따라 M&A 이후 달성해야 하는 목표치를 달리해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만 혜택이 주어질 수 있도록 하겠다는 복안이다.
재계는 원샷법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특혜 시비를 생각하다 보면 원샷법 본연의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며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기업의 경쟁력 강화라는 차원에서 보면 규모에 상관없이 지원을 해주는 등 획기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특혜 프레임을 걷어내기 위해서는 대기업에는 적용을 미루는 것도 방법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한성대 교수)은 "원샷법이 분명 필요한 제도지만 재벌에게까지 혜택을 주면 자칫 국회 문턱도 넘지 못할 수 있다"며 "자산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은 일단 제외하고 법을 시행한 뒤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되면 적용 기업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현실적이고도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