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심리가 연중 최저수준으로 가라앉았다. 특히 소비를 견인해야 할 상류층의 소비심리마저 15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지는 등 내수침체의 골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오는 6월 말이면 내수가 회복될 것이라는 전망을 고수하고 내년에도 5% 이상의 성장률을 이어갈 것이라는 낙관적 견해를 밝혀 민관의 경기에 대한 시각차가 더욱 커지고 있다.
통계청이 10일 발표한 5월 소비자전망조사 결과에 따르면 6개월 후의 생활형편과 소비지출 등에 대한 기대심리를 나타내는 소비자기대지수는 94.8로 전달(99.9)보다 5.1포인트나 급락했다. 이는 지난해 3월 5.7포인트 하락한 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하락폭이다.
소비자기대지수는 지난 1월 98.0을 기록한 뒤 2개월 연속 하락해 3월 94.4까지 떨어졌으나 4월에 99.9로 치솟아 19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며 경기회복에 대한 기대감을 반영했다.
항목별로는 소비지출기대지수가 99.7로 7개월 만에 기준치 밑으로 떨어졌고 생활형편지수(98.3)도 전월보다 3.9포인트 내려앉았다. 내구소비재구매기대지수(88.7)와 외식ㆍ오락ㆍ문화기대지수(87.4) 등도 부진을 지속했다.
소득ㆍ연령계층별 기대지수는 모든 소득계층과 연령층에서 하락했다. 특히 월 소득 300만원 이상의 고소득층에서 기대심리가 급락한 것이 눈에 띈다. 월 소득 400만원 이상의 경우 97.8로 전달의 106.7보다 8.9포인트나 떨어졌다. 300만원대 계층(98.2)도 전월보다 8.6포인트 하락하며 8개월 만에 기준치를 밑돌았다. 고소득층의 낙관이 저소득층에 확산되기는커녕 전계층에서 위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한편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이날 소비침체가 지속되고 있으며 건설투자 둔화 가능성 등으로 내수침체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KDI는 이날 발표한 '5월 경제동향'에서 4월 산업생산 및 출하는 수출호조로 전년동기 대비 두자릿수의 증가율을 지속한 반면 반도체 및 IT 관련 업종 이외의 생산과 출하는 부진한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분석했다. 또 KDI는 소비침체가 지속되는 가운데 서비스생산 증가율도 낮은 수준이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