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금융

최악수렁 벗어났다" 조심스런 기대

뉴욕 월가 사람들은 지난 주에 '최악의 위기'를 벗어났다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따라서 이번주 뉴욕 증시는 기업 부정 사건으로 발생한 신뢰의 위기(confidence crisis)를 소화하는 과정이 될 것으로 애널리스트들은 진단하고 있다. 이달들어 뉴욕 증시가 경제의 기초여건(펀더멘틀)이나 기업 수익이 무시되고 심리적 변덕에 의해 움직이는 장세를 보였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상당기간 시장을 지배할 것으로 전망된다. 애널리스트들은 이번주에도 "안전벨트를 꽉메라"고 경고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추가 하락이냐, 상승세 전환이냐를 테스트하는 시기에 들어섰고, 따라서 급락과 급등이 교차하는 롤러코스트 장세가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지난주말에 나타난 시장의 변화에서 증시에 긍정적인 요소 몇가지를 발견할수 있다. 첫째가 달러 강세 전환이고, 둘째가 투자자들의 불안 심리가 다소 진정됐다는 점이다. 하지만 기업 수익이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고, 오는 8월 14일까지 언제 어디서 기업 회계 부정사건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지난주 뉴욕 증시는 1987년의 블랙먼데이를 연상케하는 역사상 보기 힘든 기록을 연출했다. 2주째 이어진 폭락장세는 블랙먼데이 이후 최대폭이었고, 지난 24일 폭등 장세는 블랙먼데이 다음날에 이어 최대를 기록했다. 폭락과 폭등이 교차하면서 지난주 5영업일동안 다우존스 지수는 3.1%, S&P 500 지수는 0.6% 상승함으로써 두 블루칩 지수는 3개월째 계속돼온 하락세를 일단 반전시켰다. 그러나 나스닥 지수는 지난주 5일동안 4.3% 하락했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장세가 일단 박스권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욕 월가에선 지난주말의 상승이 본격적인 랠리로 이어질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고, 다만 하락세가 멈추었다는데 큰 의미를 부여하는 분위기다. ◇해외자본 회귀와 불안심리 진정= 뉴욕 금융시장에서 해외시장으로 빠져나가던 국제유동성의 흐름이 진정되고, 일부는 복귀하고 있다. 이는 지난주 달러 가치 흐름에서 나타난다. 일본 엔화에 대한 달러가치는 1달러당 115엔에서 118엔으로 급등하고, 1대1의 등가를 무너뜨렸던 유로화에 대한 달러 환율이 다시 1달러당 0.98대로 떨어졌다. 그동안 달러 하락이 지나쳤고, 이제 전환점을 돌아 어느 수준까지 달러가 강세로 돌아설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뉴욕 외환시장의 딜러들은 그동안 미국 경제에 문제점에 집중했던 시장 분위기가 이젠 일본의 금융부실로 전환되고 있기 때문에 1달러당 122~124엔까지 달러 값이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이는 뉴욕증시와 아시아 증시가 차별적으로 움직이는 '디커플링(decoupling)' 현상이 약해지고, 역(逆) 디커플링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지난주말 뉴욕 증시가 안정되고 있는 동안에 일본 니케이지수등 아시아 주가가 폭락한 것이 그 가능성을 보여준 것이다. 뉴욕 증시의 불안성을 나타내는 마켓 불안지수(VIX)는 지난주초 50 포인트를 넘어 지난해 9월 테러 직후의 상황으로 갔으나, 주말엔 40 포인트로 낮아졌다. 시장 심리가 최악을 피해 급속히 안정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여전히 앞서 2주의 수준에 머물러 있어 상황에 따라 다시 올라갈 소지를 안고 있다. ◇기대이하의 수익= S&P 500 지수 구성 기업 가운데 지난주까지 75%가 수익을 발표했는데 실적이 개선되지는 않았다. 퍼스트 콜에 따르면 지금까지 발표된 2분기 수익은 전년동기대비 1% 상승에 그쳤다. 지난해초부터 5분기(15개월) 동안 하락한 미국 상장기업의 수익이 소폭 상승한데 의미를 부여할수도 있으나, 지난해 2분기 수익이 한해전보다 크게 하락한 점을 감안하면 수익이 2년째 하락한 사실을 중시해야 한다. 애널리스트들은 3분기 실적이 전년동기대비 14% 상승할 것으로 보는데, 이점도 믿기 어렵다. 3개월전에 2분기 실적이 10% 이상 상승한다던 기대치가 1%로 떨어졌고, 지난 4월초에 3분기 수익이 22% 상승할 것이라던 기대치가 지금은 14%로 떨어졌다. 이번주에는 S&P 500 기업 가운데 남은 10% 정도가 수익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주에는 또 ▦2분기 국내총생산(GDP) ▦소비지신뢰지수 ▦베이지북 ▦건설 동향 ▦제조업 지수등 거시 경제 동향이 발표된다. 월가에서 가장 주목하는 2분기 GDP는 2.2~2.5% 성장할 것으로 컨센서스가 형성돼 있는데, 이는 1분기의 6.1% 성장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이번 주에 발표되는 지표는 경기가 회복하고 있다는 사실보다는 1분기보다 좋지 않게 나타난 것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뉴욕 김인영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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