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스테이 예산’삭감 이후 정부ㆍ여당과 불편한 관계를 이어온 국내 최대 불교종단인 조계종이 정부ㆍ여당 인사의 사찰 출입을 사실상 허용했다.
조계종은 한나라당 내 ‘불자회’(회장 이인기 의원) 소속 의원 30여명이 19일 오전 조계사에서 열기로 한 법회를 허용했다. 법회 진행을 맡은 조윤선 의원은 18일 “내일 법회는 조계종이 추진 중인 자성과 쇄신을 위한 수행, 문화, 생명, 나눔, 평화 등 5대 결사정신을 존중하고 상생과 화해를 위해 마련된 것”이라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이 대거 조계사를 찾아 법회를 여는 것은 지난 2008년 7월23일 18대 국회 정각회의 창립 법회 이후 처음이다.
‘전통문화 수호 및 사회 갈등 해소를 위한 상생과 화해 다짐 법회’로 명명된 이날 법회는 도법스님이 주재하고 삼귀의, 예불, 반야심경 봉독, 결의문 발표 순으로 진행된다. 법회에는 국회 정각회 회장인 최병국 의원과 당 불자회 회장인 이인기 의원을 비롯해 김무성 원내대표, 서병수 최고위원, 김정훈ㆍ안홍준ㆍ장윤석ㆍ주호영ㆍ강길부ㆍ강성천ㆍ배은희ㆍ이진복ㆍ이한성ㆍ정태근ㆍ조문환ㆍ현기환 의원 등이 참석한다.
조계종 총무원은 정치인의 사찰 출입을 전면 허용한 게 아니라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번 법회가 정부ㆍ여당과 조계종간 갈등이 해소 단계에 이르렀음을 뜻하는 것으로 해석돼 주목된다.
양측의 화해 무드는 지난달 말부터 감지됐다. 조계종 포교원장 혜총 스님이 지난달 28일 청와대 불교신자들의 모임인 청불회 법회에 참석한 데 이어 조계종은 총무원 입구에 설치된 정부ㆍ여당 인사 출입금지 팻말을 치웠다. 이어 석탄일 봉축행사 기간에 정부 관계자와 정치인이 개인 자격으로 사찰을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봉축행사 실천지침을 최근 전국 사찰에 하달했다.
조계종 관계자는 “정치인들의 진정성이 중요하다”며 “총무원은 정치인 사찰 출입 허용에 대해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상태며, 스님들과 불자들의 의견을 살펴 최종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